전인권·최성원, 각자 음악 활동 이어갈듯
‘한국의 비틀스’로 불리는 전설적인 록그룹 들국화가 재결성 1년여 만에 해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26일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들국화는 전인권(보컬), 최성원(베이스), 고(故) 주찬권(드럼) 등 밴드 원년 멤버들이 지난해 재결성해 공연을 열고 이달 27년 만의 새 앨범인 ‘들국화’를 냈으나 최근 논의 끝에 해체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 10월 별세한 주찬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찬권은 새 앨범 작업 중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인권과 최성원은 셋 중 한 명이라도 없는 밴드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했고 남은 두 멤버는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음반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찬권 씨의 빈자리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듯하다”며 “그러나 남은 멤버들이 과거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 활동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들국화의 해체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85년 1집 ‘행진’과 1986년 2집 ‘너랑 나랑’을 발표한 후 1987년 일부 멤버가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며 휴식기에 접어들었고 1989년 ‘아듀 들국화 고별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해체됐다.
이후 전인권이 밴드 멤버를 재구성해 1995년 들국화 3집 ‘우리’를 발표했으나 원년 멤버들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움을 줬다. 1997년 원년 멤버인 고(故) 허성욱이 캐나다에서 별세하면서 동료를 추모하고 들국화의 맥을 잇자며 1998년 재결성 공연도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들국화의 음악적인 잔향은 짙었기에 가요사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음악 전문가들은 이들의 1집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올려놓았고 1집이 나온 1985년을 국내 록음악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로 꼽았다.
특히 이들의 등장은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음악 시장을 관통하며 비주류 음악의 파괴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내내 평가받았다.
그렇기에 팀의 음악 색깔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에서 ‘들국화’로 앨범명으로 붙인 이번 앨범에 대한 후배 뮤지션들과 팬들의 지지와 반향은 컸다.
새 앨범은 전인권의 에너지 넘치는 보컬, 최성원의 감성적인 베이스 연주, 주찬권의 심금을 울리는 드러밍이 조화를 이뤄 반가움을 더했다.
특히 ‘2013년 판 행진’으로 불린 ‘걷고, 걷고’, 밴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노래여 잠에서 깨라’, 주찬권의 보컬이 담긴 ‘들국화로 필래(必來)’ 등의 수록곡들은 시들지 않은 음악 열정으로 꽉 찼기에 팬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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