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상대에 마음 못 열면 대화가 아니라 독백”

교황 “상대에 마음 못 열면 대화가 아니라 독백”

입력 2014-08-17 00:00
수정 2014-08-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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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교단 연설…”공감하고 마음 열 때만 진정한 대화 가능”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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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기도문 살펴보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방한>기도문 살펴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4일째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오전 충남 서산시 해미성지 소성당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 참석, 기도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15명, 아시아 각국에서 온 추기경과 주교 50여명이 참석했다.
서산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의식하고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대화는 아시아 교회 사명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많은 다양한 문화가 생겨난 이 광활한 대륙에서 교회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대화와 열린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이들, 다른 문화와 대화를 시도할 때 출발점과 근본 기준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세속 정신에 유혹을 받기 때문에 정체성을 확립하고 표현한다는 것이 언제나 쉬운 일만은 아니다”라면서 3가지를 예로 들었다.

첫째는 상대주의라는 거짓된 빛이라고 했다.

교황은 “여기서 말하는 상대주의는 단순한 하나의 사고 체계가 아니라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실천되는 상대주의”라면서 “상대주의는 진리의 빛을 흐리게 하고, 우리 발이 딛고 선 땅을 뒤흔들며, 혼란과 절망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두 번째 방식은 피상성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그는 “피상성은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는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과 그 이론에도 영향을 미쳐 신자들과의 만남을 가로막고, 특히 탄탄한 교리 교육과 건전한 영성 지도가 필요한 청년들과의 직접적이고 유익한 만남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 번째 유혹으로는 쉬운 해결책, 이미 가지고 있는 공식, 규칙과 규정들 뒤에 숨어 확실한 안전을 택하려는 경향을 들었다.

교황은 “진정한 대화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낸다”며 “ 다른 이들의 지혜로 우리 자신이 풍성해지며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더 큰 이해와 우정, 연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아직 성좌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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