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뤽 베송이 선사하는 철학 액션 ‘루시’

<새영화> 뤽 베송이 선사하는 철학 액션 ‘루시’

입력 2014-08-22 00:00
수정 2014-08-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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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할리우드 데뷔작서 강렬한 연기

인간이 뇌 기능의 100%를 발휘하면 어떻게 될까? 초능력을 얻게 된 인간을 우리는 인간이라 불러야 하나 신이라 불러야 하나?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는 이런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꽤 묵직한 내용을 담은 철학 액션 영화다.

나이트클럽에도 다니고, 리포트도 제출해야 하는 바쁜 학생 루시(스칼릿 조핸슨).

일주일 사귄 남자친구의 부탁을 받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을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건네 주지만 그에게 납치돼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루시는 배에 선명한 자국이 나 있는 걸 발견하고 당황한다.

루시는 미스터 장으로부터 배 안에 합성 약물이 들어 있고, 이를 운반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운반을 준비하던 루시는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이로 인해 다량의 합성 약물이 터지면서 몸 안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어난다.

영화의 큰 재미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향상되는 루시의 초능력이다. 루시는 뇌의 40%를 쓰게 되면서 주변의 모든 상황을 제어하고, 60%를 넘게 사용하면서 타인의 신체 움직임마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똑같은 액션을 반복하는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인간이 뇌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어떤 능력을 얻게 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이 과정에서 현란한 카체이싱 장면, 총격 액션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뤽 베송이 제작하고 각본을 쓴 ‘택시 시리즈’나 직접 연출한 ‘니키타’(1990) ‘레옹’(1994) 등에서 많이 봐왔던 액션들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진다.

애초 미스터 장에 대한 루시의 복수로 이어질 것 같던 이야기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방향을 튼다.

루시의 뇌 기능 사용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루시는 ‘오욕 칠정’ 같은 인간적인 특징들을 잃어간다. 능력이 향상되면서 루시가 미스터 장에 대한 복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타인을 조종하고, 시공간을 통제하며, 몸의 형상이 변해가는 루시를 우리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영화는 장르적인 재미를 잃지 않는 채 이 같은 화두를 그럴듯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뤽 베송 감독의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명량’으로 주가를 높인 최민식의 연기는 역시나 강렬하다. 분노에 휩싸인 채 루시를 추격하는 그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최민식이 능숙하게 잘하는 영역이고, 실제로 여느 출연자 못지않게 그의 존재는 영화에서 도드라진다. 모건 프리먼의 담담함과 조핸슨의 팔색조 연기도 훌륭하다.

9월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90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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