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으려면 ‘한국인 냄새’ 대신 ‘인간냄새’나는 작품써야”

“노벨상 받으려면 ‘한국인 냄새’ 대신 ‘인간냄새’나는 작품써야”

입력 2014-10-05 00:00
수정 2014-10-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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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장 지낸 김주연 명예교수 지적 “한국문학 세계문학 되려면 민족문학 포기해야”

해마다 10월이 되면 전 세계 문학계의 시선이 스웨덴으로 쏠린다.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하는 노벨문학상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 중국과 달리 수상자를 내지 못한 한국 문단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때문에 기대와 초조가 엇갈리는 나날을 보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전제 조건이기도 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민족문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학평론가이자 독문학자인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시 전문 월간지 ‘유심’ 10월호에 실린 ‘한국문학, 세계문학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소한 의미의 민족문학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창작과비평’과 함께 국내 문학을 양분했던 ‘문학과지성’ 창간 멤버다. ‘창작과비평’이 문학의 사회 참여 기능과 역할을 강조했다면 ‘문학과지성’은 문학 자체로서의 의미를 중시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자유의 실체적 형상이며 질서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조건이나 상황에 제한을 받지 않고 그 울타리를 뛰어넘고, 그 울타리 자체를 부순다”면서 “따라서 국가와 민족, 인종을 넘어서는 곳에서 문학은 문학다운 위대성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민족문학을 세계문학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인류의 보편성, 즉 모든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문제 대신 ‘우리의 것’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 흥분하고 개념과 작품을 규정하는 일은 세계 문학으로 올라서는 일과 정면으로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것’을 버려야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 등 독일문학의 세계문학 편입 과정을 소개하면서 “민족문학의 지나친 강조는 자칫 세계문학과의 사이에 벽을 오히려 만들기 쉽다”면서 “이제 한국인의 냄새 대신 인간의 냄새가 담긴 시와 소설,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 나라가 어느 나라가 되었든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항상 이러한 작품들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을 예로 들었다.

세계문학적 이해에 접근해 있는 주목할만한 한국 작가로는 고(故) 이청준과 이승우를 꼽았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그는 “민족문학적 사고를 버리고 인류 보편의 명제와 정서에 입각한 사고를 갖고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을 가꾸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우리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알리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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