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영화 찍으며 이 시대에 살고있음에 감사했다”

이민호 “영화 찍으며 이 시대에 살고있음에 감사했다”

입력 2015-01-15 07:11
수정 2015-01-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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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 영화 ‘강남 1970’서 첫 스크린 주연

“’종대’라는 인물을 통해 이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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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남 1970’ 주연 이민호
영화 ’강남 1970’ 주연 이민호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 ’강남 1970’ 주연 배우 이민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상속자들’ 등을 통해 한류 스타로 부상한 이민호(28). 재벌 2세의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된 그가 이번에는 넝마를 주우며 연명해야 하는 밑바닥 생활로 내려왔다.

이민호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유하 감독의 신작 ‘강남 1970’에서 주인공 ‘김종대’ 역을 맡았다. 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이민호는 지난 1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 ‘저럴 때가 있었지’라며 좋게 추억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런 씁쓸함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면서 더 즐겁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시절, 강남의 땅을 둘러싼 이권다툼에 휘말린 두 청춘의 얘기다.

극 중 종대는 같은 고아원 출신인 용기(김래원 분)와 넝마주이 생활을 하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판자촌이 철거되고 우연히 전당대회를 망치러 가는 건달패에 끼면서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용기와 헤어진 종대는 자신을 거둔 길수(정진영)와 선혜(김설현) 부녀를 지키기 위해 한 방을 노리며 강남 개발의 이권 다툼에 뛰어들게 되는 인물이다.

”당시에는 그런 힘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었다면 지금 세대에는 조금 더 많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일도 있죠. 20대에게 그런 감사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이민호는 “나도 20대라 내 친구들도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갖고 있다”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놓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20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판타지 세계에나 존재할 것 같은 이미지를 주로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현실 세계에 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민호는 “제가 현대의 강남 남자 느낌이 물씬 나는 배우인데 아무것도 없는 강남에 들어가서 연기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대중이 호기심 있게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걸 얼마나 잘 푸느냐, 잘 녹여내느냐가 제가 배우로서 해야 할 몫이었죠.”

원래 영화 촬영분에는 길수가 죽은 뒤 종대가 땅에 건물을 올리며 “앞으로 나한테 올 몫은 다 선혜한테 해 줘”라는 장면이 있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고 한다.

”종대는 그저 가족과 살 수 있는 집,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을 밥이 필요했던 거죠. 소박한 꿈이죠. 용기보다 멀리 볼 줄 알고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인물이라 땅을 택한 것일 뿐이에요.”

영화는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꽤 폭력적이다. 거친 액션이 난무하고 곳곳에서 피가 튄다.

이민호는 “기존에는 달달한 연기만 했다면 또다른 모습을 내비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유하 감독은 최근 언론 시사회 후 한 간담회에서 “아무래도 ‘폭력 3부작’을 표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강도가 셀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면서 “70년대가 폭력적인 시대이다 보니 폭력성을 배우들에게 좀 더 투영해서 찍은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민호는 “감독님은 의식주에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도 영화를 찍으면서 한 번도 누아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원래 저는 남성성이 더 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에도 로맨스나 멜로물을 보기보다 누아르 장르를 찾아보곤 했거든요. 영화를 찍으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제 마음도 피폐해진 건 사실이에요. 영화를 하면서 솔직히 예전보다 주변에 화도 많이 낸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자신이 많이 순화했는데 이번에는 옛날 날 것의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종대는 답답한 현실과 출구 없는 삶을 자기 손으로 깨부수겠다고 그 길을 시작한 인물”이라며 “가족과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길을 간다는 감정만 가지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민호도 ‘꽃보다 남자’로 인기를 얻기 전에 무명 시절을 겪었다. 20살 때는 큰 사고를 당해 1년간 침대 위에서만 지내기도 했다.

”그때 침대에만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후로도 ‘꽃보다 남자’ 전까지 물질적으로나 상황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죠. 종대처럼 치열한 상황은 아니지만 막막함을 느끼거나 빨리 이 상황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난 2013년 ‘상속자들’을 마친 뒤 한 인터뷰에서 이민호는 유독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마치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듯.

이번에는 어떨까.

”책임감을 느껴야만 어떤 걸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세상에 나와도 창피하지 않으니까요. 그 원천은 아직도 책임감에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들이 다 포함돼 있죠.”

이민호는 “영화에서 튀지 않고 그 캐릭터로 잘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본다”며 “기존 이미지와 다른 지점이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설득력 있게만 다가간다면 첫 주연 영화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공한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니 꼭 70년대를 갔다 온 느낌이에요. 마음 한편에 씁쓸함과 처연함이 같이 있으면서 마치 하나의 추억처럼 느껴져요.”

그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완전히 풀어지는 역할을 20대가 가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재벌 2세 역할을 무조건 안 할 계획은 아니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부잣집 소재가 빠질 수 없긴 하잖아요. 얼마나 다르고, 설득력을 가지냐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또 부잣집 (아들) 역할을 할 수도 있겠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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