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무용수 오현정·아크로뱃 오홍학
‘노트르담 드 파리’ 무용수 오현정과 오홍학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에 출연중인 무용수 오현정(왼쪽)과 오홍학이 지난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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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래와 안무가 뚜렷하게 분리된 가운데 펼쳐지는 감각적인 현대무용과 격렬한 비보잉, 벽과 공중에서 이어지는 아찔한 공중곡예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며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 작품의 힘이다.
이러한 환상적 퍼포먼스를 빚어내는 이들은 20여 명의 전문 무용수와 아크로뱃, 비보이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8명의 동양인 무용수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여성 무용수 오현정(29) 씨와 아크로뱃 오홍학(25) 씨도 들었다. 지난 27일 공연장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이번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둘 다 이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번 오리지널팀 공연도 그때의 인연으로 합류하게 됐다.
전국태권도대회와 세계태권도대회 우승자 출신의 홍학 씨는 2008년 때부터 줄곧 한국어 공연에 참여한 베테랑. 현대무용수인 현정 씨는 2013∼2014년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프랑스팀과 한국팀의 공연은 어떻게 다를까.
”무언가 좀 ‘진짜’ 같았어요. 외국 사람들이랑 하니까 더 사실적이라고 할까요. 좀 더 집중하고 극에 더 빠질 수 있는 것 같아요.”(홍학)
”한국팀은 한국 사람이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프랑스팀은 정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노래도 불어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고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느낌도 확실히 다르죠.”(현정)
이 작품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거칠고 격렬하지만, 배우들의 노래와 무대 분위기를 몸짓으로 전하며 극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정교하게 계산된 안무와 동선이어야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아니란다.
”큰 틀의 패턴이 있기는 하지만 즉흥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보헤미안’, ‘기적의 궁전’, ‘괴로워’는 다 즉흥춤이에요. 매번 기분에 따라 달라지죠. 안무가도 매번 다르게 해달라고 주문해요. 저희 작품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매번 다르다는 걸요.”(현정)
”저희도 항상 다른 기술을 써요. 각자 즉흥적으로 하는 거죠. 연출가도 처음부터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라고 해요.”(홍학)
여기에 춤을 추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매번 신나게 하는 비법이 숨어 있다.
”한국어 첫 공연 때는 완전히 처음 하는 것이어서 떨린 기억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언어는 모르지만 떨림이나 걱정보다는 흥분된다고 할까요. 너무 재미있어요. 사실 매번 그랬던 거 같아요. 한국어 공연으로 150회를 하고 지금 한 달 넘게 다시 하는데 매일 새롭고 매일 재밌어요.(하하)”(현정)
홍학 씨는 2부에서 꼽추 ‘콰지모도’가 14살 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울리던 세 개의 종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좌우로 흔들리고 위아래로 내려오는 거대한 종에 매달려 각종 묘기를 한다. 이 작품의 여러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종을 치는 데 별다른 기술은 없어요. 대부분 근력을 이용해서 하죠. 종 위에 올라탄 채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안전장치가 없거든요. 살기 위해서 줄을 꼭 잡고 있죠.(하하) 그런데 그때가 가장 스릴있고 재미있어요. 음악과 조명이 들어오고 앞에 관객들이 보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신이 나죠.”(홍학)
무대는 늘 즐겁지만 격렬한 동작이 많다 보니 부상 위험도 늘 함께한다.
”모든 무용수가 다 ‘환자’ 에요. 저도 발목 인대가 늘어난 상태이고 거의 다 발목이 안 좋거나 부상을 조금씩 달고 있죠. 그런데 이상한 것이 무대에 있을 때는 너무 아파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냥 하게 돼요.”(현정)
홍학 씨는 얼마 전 공연에서 벽을 타다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할 건 다했어요. 무대를 헤집고 다니다가 떨어졌는데 자연스럽게 떨어진 척했죠. 워낙 다이내믹한 장면이라 관객들도 일부러 떨어진 줄 알았을 거에요. 다행히 ‘잘’ 떨어졌는데 충격 때문에 발목을 다쳤어요. 그래서 일주일 정도 무대에 못 서다가 오늘 올라가네요. 몸이 근질근질해 혼났습니다.”(홍학)
하지만, 객석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는 부상의 고통도 잊게 하는 마취제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무대에 서는 기분도 완전히 달라요. ‘기적의 궁전’ 장면에서는 쉴 틈 없이 계속 무대를 뛰어다니고 춤을 추는데 마지막에 암전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때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가장 크죠. 정말 너무 힘들지만, 그 소리를 듣고 다음 장면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어요.”(현정)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에도 이들은 무대 뒤에서 대기한다. 돌발상황이 생기면 불시에 무대로 대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구 공연 때는 배우와 무용수 등 출연자와 스태프 절반이 식중독에 걸리는 ‘비상사태’가 발생해 여러 명의 출연진이 교체 투입되기도 했다.
오리지널팀은 3월 말까지 한국 공연을 한 뒤 대만에서 4월 말까지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여기에는 한국 출연진이 그대로 함께한다.
”항상 내가 ‘한국 대표’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서요. 외국인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인이 이만큼 잘한다는 것을 그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죠.”(홍학)
”관객들이 봤을 때 동양인이라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완전히 녹아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벌써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즐겁게 하고 있는데, 남은 시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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