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 속에 숨은 광기…잭슨 단편집 ‘제비뽑기’

인간 본성 속에 숨은 광기…잭슨 단편집 ‘제비뽑기’

입력 2015-02-21 10:29
수정 2015-0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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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잭슨(1916~1965)은 인간의 평범한 행동 속에서 광기를 잡아내는 데 능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장르 소설가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공포라는 장르적 속성을 이용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능숙하게 표현해 내 당대보다는 현대에 더욱 갈채를 받고 있다.

최근 출간된 잭슨의 단편 소설집 ‘제비뽑기’는 미국 교과서에도 실린 표제작 ‘제비뽑기’를 비롯해 모두 25편의 단편이 실렸다. 주로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비뽑기’는 매년 열리는 제비뽑기 행사를 소재로 인간의 광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한 시골 마을.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 행사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광장에 모인다. 젖먹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마을 주민들은 농사와 비, 트랙터와 세금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서머스 씨가 진행하는 제비뽑기 행사가 이어진다. 아무렇지 않았던 분위기는 순간 경색된다. 각 가정의 대표가 나와서 상자 속에 있는 종이를 하나씩 뽑는다. 빌 허친슨 가족이 당첨된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단언하지만, 정말 공평하지 않았어요. 그이한테 선택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요. 여기 모두 봤잖아요.”

허친슨 부인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 속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조금씩 다가온다. 허친슨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상의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발생하는 충격적인 결말이 소름끼친다.

’취중 대화’는 파티에 간 한 중년 남성이 파티 주최자의 딸과 나누는 대화를 담은 단편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신세대의 비판이 꽤 섬뜩하다.

”내가 네 나이 무렵일 때…여자애들은 칵테일이나 남자친구와의 애무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그것도 문제예요. 아저씨가 어렸을 적에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했다면 현재가 이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거예요.”

엘릭시르. 김시현 옮김. 436쪽. 1만2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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