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한중 작가회의 중국 쓰촨성 청두서 열려
문학시장의 변화와 작가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하는 제9차 한중 작가회의가 25일(현지시간)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바진문학원에서 열렸다.바진문학원은 청두시 출신 문학가 바진(巴金·1904~2005)을 기리는 곳이다. 바진은 생전에 중국인을 계몽하려는 뜻으로 많은 외국 문학을 중국에 번역 출판하고, 반대로 직접 여러 나라를 방문해 중국문학 세계화의 첫 걸음을 이끈 것으로 기억된다.
이곳에서 열린 한중 작가회의의 주제는 중국 문학 세계화와 세계 문학의 국내 소개를 주도한 바진의 뜻과 맞닿아 있다. ‘문학시장의 변화와 작가의 정체성 문제’를 주제로 모인 한국·중국 작가 40여 명은 문학이 작가의 모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민을 털어놨다.
한국 측 발제자로 나선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생활 속에서 쓰는 언어와 국내외 독자에게 작품으로 선보이는 언어를 각각 ‘생활어’와 ‘유통어’로 구분했다.
정 평론가는 “문학의 세계적 유통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추세는 작가들의 존재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자극한다”며 “작가들은 자신의 생활어와 작품의 유통어 사이에 일어나는 불균형 때문에 정체성의 요동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건너가는 것은 작가가 세계와 만나는 양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포함한다”며 “특히 번역에 의존하는 한국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품의 변화나, 세계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읽는 양상을 파악할 수 없는 곤란함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특히 영어나 불어, 중국어 등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와 달리 한국어는 한반도 주민과 동포만 쓰는 지역어 수준이어서 작가들이 세계 문학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정체성 혼돈을 더 심하게 겪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 기조 발표를 맡은 티베트족 출신 소설가 아라이(阿來)는 소수민족으로서 중국 작가가 겪는 정체성 문제를 짚었다. 아라이는 티베트족 삶의 모습을 다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고 티베트족 이야기를 담은 장편 ‘색에 물들다’로 중국 마오둔 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작가다.
아라이는 “현재 중국에는 장족과 이족, 강족은 물론 이슬람교를 믿는 민족도 있다”며 “중국에서 ‘민족문화’를 일컬을 때 과연 통일된 민족을 가리키는 것인지 의심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아라이는 “공동으로 ‘중국문학’을 발전시키는 과제를 설정할 때 다문화적인 민족 문학을 어떻게 조화롭게 녹여낼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한쪽으로 통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중국 작가들도 언어와 문학,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시와 소설 분과로 나눠 각자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의 의미와 배경,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