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 ‘약탈된 것’ 주장, 불법반출됐다면 유치 가능”

국내 문화재 절도단이 2012년 일본 쓰시마(對馬)섬에서 몰래 가져온 ‘동조여래입상’이 일본으로 돌아간 가운데 함께 훔쳐온 고려시대 불상 ‘관세음보살좌상’은 반환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5일 동조여래입상이 “불법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고 국내에서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며 도난 당시 점유자인 쓰시마섬 가이진(海神) 신사에 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불상은 17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본 문화청과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에게 인도됐고 항공편을 통해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국내 절도단이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서 반입한 ‘관세음보살좌상’은 아직 반환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관세음보살좌상은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높이 50.5㎝, 무게 38.6㎏이다.

두 불상의 운명이 갈린 이유는 문화재보호법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20조(외국문화재의 보호) 2항에는 “문화재청장은 국내로 반입하려 하거나 반입된 외국문화재가 해당 반출국으로부터 불법 반출된 것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문화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돼 있고, 4항에서는 “문화재청장은… (그) 외국 문화재가 그 반출국으로부터 적법하게 반출된 것임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이를 그 소유자나 점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런 규정에 의거해 동조여래입상은 불법 유출됐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일본으로 돌아갔다.

반면 관세음보살좌상은 서산 부석사에 봉안돼 있던 것을 왜구가 약탈해 갔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불상 복장(腹藏)에서 서산 부석사 스님과 속인들이 관음보살상을 영원 불멸토록 봉안한다는 기록이 나왔지만 불상이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음보살좌상이 있던 쓰시마섬 간온지의 사적기(事跡記)에 따르면 나쁜 짓을 많이 한 왜구들이 죄를 참회하기 위해 이 절을 창건했다”며 “여러 정황상 간온지에 봉안돼 있던 본존불은 1350년에서 1400년 사이에 부석사에서 불법적으로 약탈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석사 주지인 주경 스님은 “부석사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화재가 반출됐고, 관음보살좌상도 그중 하나”라면서 “상식적인 절차에 따라 돌려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석사는 이러한 주장에 근거해 2013년 ‘정확한 유출 경위 확인 전까지는 반환을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받아냈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르는 동안 한일 양국이 불상의 소유권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내세우지 못해 불상의 향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본은 이 불상을 취득한 과정을 알지 못하고, 우리도 불상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든 소유권 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