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 두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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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을 다각도로 파헤친 두 번째 소설집을 낸 정용준은 “인간은 사회적인 자아가 아니라 솔직한 자아로 살 때 가장 인간답다”며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슬퍼진다”고 말했다. 백다흠씨 제공
첫 소설집 출간 이후 3~4년간 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비롯해 ‘474번’ ‘개들’ ‘안부’ ‘내려’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이국의 소년’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등이다. 작가는 “몇 년 간 뭔가에 시달렸거나 의문을 품었거나 골똘히 집중했던 것들을 썼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본성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내 피엔 왜 이런 습성이 배어 있는 걸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그 질문이 타고난 본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한다. 한 개인이 가장 큰 슬픔을 느끼는 건 본성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거나 자신의 본성이 싫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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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가정과 사회, 두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본성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인 슬픔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 때는 본성을 더더욱 통제받는다. 게으르게 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인간 본성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압박을 받는다. 사회의 모든 제도 안에서 개인은 억압을 받고 그 제도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군 의문사를 다룬 ‘안부’도 인상적이다. 작품 속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들 시신을 6~7년간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퇴색하고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다. ‘세월호 참사’도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그대로인데,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지겹다고 여긴다. 이런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쓸쓸함을 다루고 싶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작가는 “소설이 좋다”고 했다.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 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이 좋다.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은 바꾼다. 쓰는 자도 읽는 자도 바뀐다. 경험으로 깨달은 유일한 믿음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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