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찾아 피아노 만든 피아니스트…좋은 소리, 결국 악기와 상관 없더라

소리를 찾아 피아노 만든 피아니스트…좋은 소리, 결국 악기와 상관 없더라

입력 2013-08-02 00:00
수정 2013-08-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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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여는 피아니스트 이진상

피아니스트 이진상씨는 연주회 때마다 피아노를 고른 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젠 저만 잘하면 되네요.” 어떤 악기라도 연주자가 그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면 좋은 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피아니스트 이진상씨는 연주회 때마다 피아노를 고른 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젠 저만 잘하면 되네요.” 어떤 악기라도 연주자가 그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면 좋은 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톱과 대패로 나무를 깎아 피아노를 만들어본 피아니스트가 또 있을까요?”

피아니스트 이진상(32)은 지난해 ‘공장에 간 피아니스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독일 함부르크의 스타인웨이 본사에 출퇴근하며 피아노 제작에 참여한 것. 지난 4월 예술의전당에서 새로 사들인 피아노 2대도 그가 함부르크 공장에서 골라낸 ‘물건’들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2009년 200여개의 연주회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게다 안다 콩쿠르(스위스)에서 우승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 살며 유럽 무대를 바삐 오가는 그가 오는 21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2년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말하는 것보다 글쓰는 걸 즐긴다”는 연주자의 취향에 맞춰 이메일 인터뷰로 미리 만나봤다.


그가 피아노 제작에까지 손을 뻗은 건 소리의 근원을 파헤치고 싶은 ‘갈증’ 때문이었다.

“연주자라면 자신이 주무르는 악기에서 어떻게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고 또 만들어보고 싶은 갈증이 누구에게나 있어요. 연주자는 수많은 레슨과 음반에서 얻는 다양한 해석의 홍수에서 결국 마지막에 작곡가가 남긴 유일한 메시지인 악보에서 결론을 얻어요. 그처럼 피아노란 악기는 어떻게 소리가 나고, 또 어떻게 소리가 나야 하는지 ‘근원의 답’을 찾고자 여행을 떠나본 거예요.”

공장에서 그는 ‘좋은 소리는 악기와 상관이 없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악기라도 그 가능성을 최대화하면 좋은 소리를 찾을 수 있어요. 연주자와 조율사가 최선을 다하면 그 노력이 청중들에게 전달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죠.”

하지만 지난 3월 그는 6개월 만에 피아노 제작에서 손을 뗐다. 설계·제작·조율 과정 등을 거치며 악기 구조와 소리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지만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장인들의 기술은 경이로웠지만 음악적인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연주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실은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아서 다른 연주자들에겐 제작을 배우는 걸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연주에서 그는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속 배경음악으로 주목받은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순례의 해, 두번째 해: 이탈리아, 혼례)를 들려준다. 유명해진 것을 염두에 둔 선곡이냐고 묻자 그는 “몰랐는데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작품 142’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도 영리하게 배치했다.

악기의 속내를 밑바닥까지 들여다본 연주자의 손끝에서는 어떤 연주가 빚어질까. “공연이 완성되려면 기승전결과 클라이막스가 있는 스토리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그는 “슈베르트 곡의 시적 함축성과 서정성이 무소르그스키 곡의 회화적 붓 터치와 색채감을 입고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4만~5만원. (070)8879-848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8-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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