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귀환… 불어의 매력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 노래해요 나의 에스메랄다 /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축 늘어진 에스메랄다를 끌어안은 콰지모도(맷 로랑)의 오열을 뒤로 하고 음악과 조명이 꺼졌다. 숨죽이던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2005년 첫 내한에서 8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본국에서도 9년 동안 중단됐던 프랑스어 버전의 세계 투어의 출발점을 한국으로 잡은 것이다. 첫 내한 때의 주요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프랑스어로 노래한다. 2005년 한국 관객들에게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줬던 ‘원조’의 귀환에 공연계가 들썩이고 있다.경북 경주에서 시작해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서울에 다다른 ‘원조’는 왜 10년 전 한국 관객들이 생소한 프랑스 뮤지컬에 열광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문 무용수들의 군무와 비보이 댄서들의 애크러배틱, 웅장한 듯 간결한 무대 세트와 갖가지 형상을 뿜어내는 조명까지 모든 요소가 무대 예술의 총체를 이뤄 객석을 압도한다.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등 넘버들은 비음과 연음이 많은 프랑스어와 음절 단위로 결합해 중독성을 발휘한다. 배우들의 역량은 명불허전이었다. 맷 로랑의 거친 목소리와 처절한 몸짓은 콰지모도 그 자체였으며, 프롤로 주교 역의 로베르 마리엥은 타락한 성직자의 위선을 선명하게 새겨넣는다.
무엇보다 무대 언어를 통해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담긴 휴머니즘의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빛을 발한다. 신의 시대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가 열리는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무너지는 교회의 권위와 변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열망 등 당시의 사회상이 시적인 가사와 역동적인 안무로 구현된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과 타락,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최근 들어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이 호화스러운 의상과 안무, 고음을 넘나드는 넘버에만 치중하는 분위기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오는 2월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20만원. 이후 울산, 광주, 부산에서 공연된다. (02)541-623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1-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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