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21편에 비친 우리 삶, 그리고 ‘인문학적 투쟁’

명화 21편에 비친 우리 삶, 그리고 ‘인문학적 투쟁’

입력 2013-01-19 00:00
수정 2013-01-19 00: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 삶으로부터의 혁명】 정지우·이우정 지음 이경 펴냄

최근 한국은 ‘사상가’ 열풍에 빠졌다. 각종 인문학 콘서트도 인기다. 그런데 대체 이런 것들이 나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나. ‘삶으로부터의 혁명’(정지우·이우정 지음, 이경 펴냄)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이 밝혔듯,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한 인문학적 투쟁”이 책의 근간이다. 누구의,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는 적시되지 않았으나, 흐름상 ‘청춘, 그 수많은 군상’ 쯤으로 이해하면 맞지 싶다.

책은 일관되게 삶을 강조하고 있다. 삶의 대척점 또한 자살이 아닌 현실이다.

저자들은 현실만 강조되던 시대는 이미 근대가 됐고, 삶을 중심에 둔 현대로 넘어왔으니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삶,그리고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청춘에 대한 사회적 동정보다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문학적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외친다.

저자들이 책 속으로 끌고 들어온 분석의 틀은 방대하다. 프로이트, 쇼펜하우어 등 전통적인 철학자들을 낡은 책장에서 끄집어 냈다. 마이클 샌델과 슬라보예 지첵, 한병철 등 우리 시대를 뒤흔들고 있는 담론들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사르트르나 카뮈 등 소설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추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빅 피시’ 등 21편의 명화들을 인용해 현대 사회의 프레임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를 통해 저자들은 주인자아와 노예자아, 그리고 제3의 자아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는 우연히 최고의 패션 잡지사에 취직을 한다.

그의 역할은 패션 잡지계 최고의 편집장으로 꼽히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비서다. 여기서 그의 주인자아는 패션 잡지사가 자신의 현실이라 받아들였고, 노예자아는 흔들림 없이 온갖 수모를 다 이겨내는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곧 변수가 생긴다. 남자 친구다. 그 탓에 영화는 통속극에서 흔히 보던 설정, 그러니까 바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은 뒤, 현실에서의 성공을 뒤로 한 채 다른 삶으로 돌아선다는, 뻔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 개입한 것이 제3의 자아라고 했다. 제3의 자아는 주인자아-노예자아의 관계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그게 옳은지 끊임없이 되묻는 역할을 한다.

현실을 ‘당연히 그러해야 할 어떤 것’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끊임없이 되짚어 봐야 삭스처럼 ‘삶’이 있는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1만 65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1-19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