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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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16 00:00
수정 2013-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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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토머스 프랭크 지음, 함규진·임도영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보수를 놀려 먹자고 작정하면 한도 끝도 없을뿐더러 방법도 참 쉽다. 논리는 찾기 어렵고 돈 욕심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한 번만 툭 건드리면 본색이 다 드러난다. 그런데 보수는 살아남는 걸 넘어 다시 정권까지 거머쥔다. 남들이 뭐라건 보수는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만 죽어라 반복해서 던질 뿐이다. 그 메시지가 자신들의 과거 언행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논리적 모순은 없는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다. 후안무치니까. 그런데 이게 먹혀든다. 보수가 가장 바보취급당하기 쉬운 이 지점이 실은 보수의 가장 강력한 힘의 원천이라는 얘기다. 아, 생생한 미국 얘기다. 1만 2800원.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이정철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조선 중후기 대동법 시행을 두고 조선의 문명적 저력을 보여 준 일대 사건으로 평가하는 저자가 조금 더 가볍게 풀어써 인물 위주로 정리했다. 율곡 이이,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을 통해 성리학이라는 것이 도학 논쟁이나 벌이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엄격한 개혁 정책이었음을 규명한다. 진보의 집권과 몰락이라는 지금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한 변주로도 읽혀 흥미롭다. 1만 7000원.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이주한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저자는 이덕일이 이끄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속이다. 그러면 그림이 얼추 그려진다. 이병도, 이기백에서 노태돈으로 이어지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식민사학의 근거지로 지목한 뒤 1차사료상 근거가 없고, 불리한 증거엔 눈을 감았다고 한국의 고대사 연구를 강하게 비판해 뒀다. 새로운 점은 여기에 박노자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박노자가 진보적인 사람 같지만 서구 기준의 계급환원론에 빠져 식민사학이 내놓는 탈민족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주장인지도 모르고 동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1만 5000원.

왜 다시 계몽이 필요한가(쉬지린 지음, 송인재 옮김, 글항아리 펴냄) 제목에서 보듯 위르겐 하버마스의 짙은 영향이 느껴진다. 전통적 지식인, 유기적 지식인, 특수 지식인을 넘어 공론장을 이뤄낼 수 있는 공공 지식인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중국이 슈퍼파워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만 잘 버는 ‘부강’을 넘어 자유와 민주라는 서구의 가치에 상대할 수 있는 어떤 ‘문명’을 내놓아야 하고 이게 공공 지식인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정치학자이지만 서구 학계에 오랫동안 몸담았기 때문에 동서양을 자유자재로 비교할뿐더러 중국사에 대한 깊은 서술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2만 7000원.



2013-0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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