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똥을 훔치면 부자 된다는 말 듣고 칠석이와 팔석이는 정말 똥을 훔치는데…

부잣집 똥을 훔치면 부자 된다는 말 듣고 칠석이와 팔석이는 정말 똥을 훔치는데…

입력 2013-04-20 00:00
수정 2013-04-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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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도둑질/정란희 지음 휴먼어린이 펴냄

어수룩하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칠석이와 팔석이. “얼마 전 산골짜기의 논을 산 아랫마을 삼돌이가 최 부자네 똥을 훔쳐 부자가 됐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두 아이는 최 부자네 담을 기웃거린다. 칠석이는 팔석이의 목말을 타고 순식간에 담을 넘는다. 최 부자네 마당에는 똥이 산처럼 쌓여 있다. 똥을 훔친 칠석이와 팔석이는 마주 보며 헤벌쭉 웃는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똥 항아리를 보듬고 달리기 시작한다. 똥 항아리를 안방 아랫목에 고이 모셔 둔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는커녕 점점 구려지는 냄새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급기야 똥은 삭아 걸쭉해져 부글거리기까지 한다. 고약한 똥 냄새는 널리 퍼지고, 두 아이는 망신만 당한다. 그제야 칠석이와 팔석이는 ‘똥 도둑질’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똥은 가만히 모셔 두는 게 아니라 밭에 거름으로 뿌려 주어야 비로소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다.

‘똥 도둑질’(휴먼어린이 펴냄)은 정월 초하룻날 첫 닭이 울 때 부잣집의 똥을 훔치는 평안북도 강계 지방의 옛 풍속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부잣집 똥을 훔치면 한 해 운수가 잘 풀리고 부자가 된다는 의미였다.

순박하기만 한 칠석이와 팔석이는 왜 조상이 설날 꼭두새벽부터, 하필이면 더럽고 냄새 나는 똥을 훔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살던 조상에게 똥은 돈만큼이나 꼭 필요한 자산이었다. 똥 한 덩어리도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그 사람을 부자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른 새벽에 도둑질해야 한다는 데는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두 아이가 똥 도둑질에 얽힌 조상의 지혜를 깨우치는 과정을 정란희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홍영우 화백의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공부나 운동, 그림 그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도 성실하고 근면한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았다.

책 속의 마을 어른들은 도둑질을 하다 어처구니없이 들켜버린 칠석이와 팔석이를 야단치지 않는다. 아이들도 땅에 거름을 뿌리며 들판을 즐거운 노랫소리로 채운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듯하다.

작가는 “‘똥 도둑질’은 일종의 놀이였다”며 “아이들이 흥미롭게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만 2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4-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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