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았지?

조선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았지?

입력 2014-04-26 00:00
수정 201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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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정명섭 지음/북로드/296쪽/1만4000원

먹고사는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오래전 조선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았을까. 밥벌이 풍경이 궁금해진다. 농민과 어민, 상인과 무역상, 물건을 지게에 짊어지고 장터를 떠도는 보부상과 왁자지껄 떠드는 주막에서 술을 파는 주모 등도 있겠다. 역사 속의 직업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사회와 생활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판소리 ‘흥부가’를 보면 지지리도 가난한 흥부에게 관청의 이방이 매력적인 일거리를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굶주림에 지친 흥부가 나라에서 환곡이나 받아볼까 하고 관아를 기웃거리자 이방이 환곡을 빌려주는 대신 매품팔이를 하라고 권유한다. 고을의 양반이 군영에 끌려가서 매를 맞아야 하는데 대신 맞아 줄 사람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승낙하면 서른 냥에 선금으로 다섯 냥을 준다는 얘기에 흥부의 귀가 번쩍 뜨인다. 흥부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아내는 눈물로 만류한다. 굶어서 허약해진 몸으로 매를 맞다가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것이다.

신간 ‘조선직업실록’은 오늘날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조선시대 일반백성들의 특이한 직업을 소개한다. 매 잡는 공무원 시파치, 상가에서 대신 울어주는 곡비 등 다양하다. 또한 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오늘날에도 명맥을 이어가는 소방수 멸화군, 신문 발행인 기인(其人), 변호사 외지부, 얼음판매상 장빙업자 등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당대의 여러 문헌 속에서 발견한 21개 직업들의 탄생과 소멸, 우여곡절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조선은 500년이라는 긴 역사에 수백만명의 인구를 가진 큰 나라였다. 따라서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채워 주는 직업도 많았다. 이 책은 각각의 직업을 소개하면서 마치 소설의 한 부분과 같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직업을 소개한 뒤 그 직업과 관련된 옛 건물이나 고궁, 유적지, 박물관 등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4-04-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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