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에세이 ‘살아 있다는 것은’
“시에 주력하고 싶었고 산문을 통해 지난 시간의 ‘속치마’를 보여주기가 부담스러워 그동안 에세이를 피해 왔다. 예전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오늘의 젊은 여성들에게도 절절하게 가닿기를 바란다.”문정희 시인
‘너 처음 만났을 때/사랑한다/이 말은 너무 작았다//같이 살자/이 말은 너무 흔했다//그래서 너를 두곤/목숨을 내걸었다//목숨의 처음과 끝/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죽고 싶었다’(목숨의 노래)
시인은 젊었을 땐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사랑이 제일 뜨거운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사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꽃일 뿐인데 사랑에 집착하고 애걸할 필요가 있겠느냐. 한번쯤 사랑을 위해 목숨을 태우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1-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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