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의 수명은 길지 않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달 22일 사제단 소속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정의구현사제단은 4일 낸 입장문을 통해 “시국미사는 민주주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였다”며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 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봄부터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가 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 빗발쳤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했던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몰아내며 수사를 방해하고 부정선거를 말하면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회가 권력에 저항할 때마다 역사는 무거운 대가를 요구해왔지만 불의에 대한 저항은 우리 믿음의 맥박과 같다”며 “우리는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사제들에게는 기쁨이며 당위다”라고 했다.
사제단은 “유신독재의 비참한 결말은 모든 집권자에게 뼈아픈 교훈이다.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속죄하는 시기인 대림절을 맞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불의에 맞서는 일에서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