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훈장받은 강대건씨
“나 같은 나약한 죄인이 교황을 뵙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강대건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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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지난해 교황이 수여하는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30여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무료 진료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1888년 제정된 십자가 훈장은 각국 주교와 교황 대사가 추천한 평신도와 성직자에게 주어지는데 한국인 평신도가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강씨는 1975년부터 신학생들과 수녀 등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구강치료를 시작했으며 1979년부터 33년간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다니며 치료 봉사를 했다. 한 곳의 정착촌을 몇 달간 찾아가 환자가 하나 둘 줄고 진료할 환자가 없으면 또 다른 정착촌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치과의사가 상주해 있는 소록도를 제외한 전국 100여곳의 정착촌 대부분을 돌아다니며 치료에 전념한 그에게 ‘한센인의 슈바이처’란 별명이 붙었다.
강씨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알려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봉사는 절대자(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평생 헌신하고 말없이 사라지는 수녀처럼 되고 싶습니다.”
강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예수를 닮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로마 안에 갇힌 교황이 많았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격려하고 용기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이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국민의 자랑”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한국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황께서 고통받는 형제들을 어루만지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8-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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