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이라던 덕종어보, 이완용 아들이 제작한 짝퉁

진품이라던 덕종어보, 이완용 아들이 제작한 짝퉁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7-08-18 10:21
수정 2017-08-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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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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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반출된 지 72년 만에 돌아온 덕종어보는 조선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덕종)를 기려 만들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국내에서 반출된 지 72년 만에 돌아온 덕종어보는 조선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덕종)를 기려 만들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문화재청이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았다며 공개한 ‘덕종어보(德宗御寶)’가 진품이 아닌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2014년 미국으로부터 환수받았다고 밝힌 덕종어보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제작된 ‘모조품’ 임이 드러났다. 덕종어보 진품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덕종어보는 1471년 조선 성종이 아버지 덕종을 추존하기 위해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해당 덕종어보는 1471년이 아닌 1924년에 제작된 것이 맞다”며 “당시 진품이 분실되자 따로 만든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환수 직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후 1924년자 기사를 보고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청은 2014년 12월, 미국 시애틀 박물관으로부터 덕종어보를 환수 받았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덕종어보 반환문제를 지난 7월부터 시애틀 미술관과 직접 협의를 진행했다”며 “2015년 3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환받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태조사를 벌여 덕종어보가 진품인 것을 확인했다”며 재차 진품임을 강조했다.

덕종어보는 1924년에 분실됐다. 이는 1924년 당시 언론의 보도로 확인됐으나 문화재청은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진품을 반환받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문화재청이 진품이라고 발표한 모조품은 1924년 진품이 분실된 직후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지시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항구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하던 기관 ‘이왕직’에서 예식과장으로 재직했고,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된 바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시를 열 예정이다. 특별전시 품목인 ‘덕종 상존호 금보(德宗上尊號金寶)’, 즉 덕종어보는 2015년 환수 문화재로 명단에 올랐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1471년 제작된 진품이라 발표한 문화재청은 이번 전시회 자료에는 이를 슬그머니 ‘1924년 재제작품’으로 명시해놓았다.

2015년 환수 당시 ‘진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데 대해선 아무런 해명도 덧붙이지 않았고 특히, 친일파가 제작한 모조품이라는 사실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혜문 대표는 “2014년 문화재청이 덕종어보를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해서 분실된 진품이 반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924년 도난 사건 이후 제작된 모조품을 반환 받고서는 그 경위를 해명하지 않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덕종어보는 1471년이 아닌 1924년에 제작된 것이 맞다”며 “당시 진품이 분실되자 따로 만든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환수 직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후 1924년자 기사를 보고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항구가 제작한 사실에 대해서도 “그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일파가 만든 모조품임에도 특별전시회 품목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을 파악 한 직후 이번 특별전시회를 통해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었다”며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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