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대 후반의 미혼여성입니다. 치아가 겹쳐져 있고 전반적으로 치열이 고르지 못해 평생 배필을 만나기 전에 치아교정을 하려 합니다. 그런데 동네 치과에 갔더니 저같은 경우는 발치를 한 뒤 치아교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발치를 하고 나면 치아 수가 줄어드는데 음식을 씹거나 발음하는데 지장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치아교정은 하고 싶은데 발치를 해야 한다니 영 찜찜합니다.
치아교정시 발치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치아교정에 앞서 발치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 빈도를 이야기하자면 치아교정을 하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발치를 필요로 합니다. 발치는 악궁의 크기에 비해 치아의 크기가 크거나, 치아 크기에 비해 악궁이 지나치게 작을 때 이뤄집니다. 그 상태로는 도저히 치열을 가지런히 할 공간이 안 나온다고 판단될 때 발치를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치아들이 일렬로 배열될 공간이 부족할 땐 가장 기능이 적은 치아를 위 아래에서 두 개씩 뽑아낸 뒤 치아교정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치아가 일렬로 늘어설 공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발치하는 치아는 대개 위 아래의 소구치(작은 어금니)입니다. 소구치를 흔히 발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러 치아 중 기능적 측면에서 역할이 가장 미미하게 때문입니다. 우선 씹는 기능 면에서 그렇습니다. 어금니의 주 역할은 음식을 씹거나 가는 것인데 소구치는 여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래턱의 소구치는 더 그렇습니다. 아래턱 소구치는 위턱의 송곳니와 맞물리는게 보통이기 때문이지요. 소구치를 흔히 발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소구치는 앞니와 어금니의 딱 중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발치를 하고 난 뒤 공간을 메우기가 가장 쉽습니다. 앞니와 어금니가 서로 마주보고 조금씩만 이동해도 공간이 메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빼버렸을 때 심미적으로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소구치를 발치대상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치아교정시 발치 대상이 소구치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니도 역할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해악을 미치는 일이 많아 치아교정시 발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구치 4개로도 모자라 그 이상의 치아를 발치하기도 합니다.
심하게 치아가 겹쳐진 사람이 발치 후 치아교정을 하게 되면 치열이 전과 달리 고르게 배치되기 때문에 발음과 저작능력이 한층 좋아집니다. 발치된 치아는 원래 기능적 측면에서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에 없어져도 발음 및 저작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발치후 치아교정을 하면 전체적으로 치열이 고르게 배치돼 위 아래 치아의 교합이 정확히 이뤄지기 때문에 발음이나 저작능력이 한층 좋아지게 됩니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이 치아교정을 하려 할 때도 발치는 필수적입니다. 이 때도 보통 소구치 4개를 뽑아내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돌출된 앞니를 안쪽으로 밀어넣기가 용이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발치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발치는 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건강한 치아라면 가능한 한 그대로 두는 것이 이익입니다. 사랑니든 작은 어금니든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한 한 보유하고 있으면 정말로 필요한 때, 즉 치과진료시 뼈이식이 필요하거나 할 때 이식용 재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소 불편을 주더라도 멀쩡한 치아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발치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문제가 달라지겠지요. 반드시 발치가 필요한데도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때로 병 치료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몸의 일부를 도려내기도 합니다. 더 큰 이익을 위해서이지요. 발치에 적용되는 치료 원리도 그와 같습니다.
■도움말: 치의학 박사 신일영(예쁜사람치과그룹(구 명동예치과・예다움치과) 대표원장)
메디서울 김수철기자(webmaster@med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