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 1달러와 맞바꾼 짐바브웨 천억 달러
세계 3대폭포’라고 하면 남아메리카의 이과수 폭포, 북아메리카의 나이아가라 폭포, 남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를 꼽는다. 이 세 폭포는 공교롭게도 두 나라 또는 세 나라의 접경지에 있다. 이과수는 브라질·알젠친·파라과이 세 나라, 나이아가라는 미국과 캐나다, 빅토리아는 짐바브웨와 잠비아 두 나라에 걸쳐 있다.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짐바브웨에 갔을 때 일이다. 짐바브웨 쪽에서 보고, 잠비아 쪽으로 가자면 우리나라 옛날 시골 기차역 같은, 작고 허름한 출국장을 통해야 한다. 출국장에 들어서려는데 남루한 차림의 짐바브웨 흑인 소년이 다가와 자기 나라 화폐를 보이며 말을 건넨다.
슬며시 흥미가 생겨 얼마냐고 물으니 미국 달러로 5달러만 내라고 한다. 잠시 갸우뚱했더니 금방 3달러로 내려갔고, 결국 1달러로 낙착됐다.
1967년 영국과 남아공으로부터 독립한 로디지아는 1980년 짐바브웨로 새롭게 독립했다. 이 나라 독재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는 마오쩌뚱 주의자로 화폐개혁과 영국식민지 시절에 정착한 백인들의 농장 몰수 등을 통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실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계획경제 실패와 인권탄압으로 전 세계 여론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자기 나라에서 자기 나라 화폐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짐바브웨에서는 현재 유에스(US) 달러, 남아공의 란드, 유로 달러, 보스와니아의 풀라, 영국의 파운드 등 다섯 가지 화폐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고, 그 가운데 유에스 달러를 기준으로 모든 상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호텔 종업원도 얼마라고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유에스 달러로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계획경제-경제파탄-극심한 인플레이션-화폐개혁 그 악순환은 종내 자국화폐의 휴지화로 내달았고, 시장은 상인들 뜻대로 모든 상거래가 외국 화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간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86세)이 최근 홍콩에서 고급양복과 구두 등 초호화 쇼핑을 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1월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44세)가 홍콩에서 쇼핑을 하다 자신을 촬영하던 영국 출신의 사진기가 리처드 존을 경호원들과 함께 무자비하게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북한의 경제파탄과 인플레이션, 화폐개혁과 그 실패, 김정일 위원장의 사치스런 생활 그리고 그 아들들의 행각 등의 얘기를 이따금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한 느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글·사진_ 김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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