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샛별] 세계를 석권하고 국내 무대에 선 블록버스터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세계로 뻗어가는 샛별] 세계를 석권하고 국내 무대에 선 블록버스터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입력 2011-08-14 00:00
수정 2011-08-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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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살 소녀 에스더 유(Esther Yoo, 16세)의 ‘제10회 비에 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주니어 부분 우승 소식을 듣고 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정경화, 사라 장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여자 양궁 올림픽 금메달 따듯 연속 배출한 이 바이올린 강국 한국 출신으로 또 한 명의 세계 클래식 무대를 놀라게 하며 석권할 빼어난 유망주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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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나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6살 때부터 벨기에에 거주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가로 성장한 에스더 유는 비에 스키 콩쿠르 이후 ‘2006년 유럽 EU 청소년 음악예술상’ 수상했다. 이어 16살 때인 작년 2010년 전통과 권위의 콩쿠르로 5년 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핀란드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3위 입상하면서 비약하고 있는 자신의 실력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오랫동안 에스더 유의 연주는 베일에 가려진 채 외신과 이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금년 봄 에스더 유는 드디어 국내 무대에 자신의 바이올린 보잉을 선보이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5월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 바로크 합주단의 ‘제134회 정기연주회’에서 자신의 비밀스런 화원을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 선보였다. 이날 선택한 곡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g단조 Op.63. 캐나다 출신 지휘자로 최근 체코 필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스타 지휘자로 떠오르고 있는 찰스 올리비에리 먼로의 지휘와 함께 에스더 유는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국내 본격 데뷔 무대의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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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활을 긋는 순간부터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를 연주하는 에스더의 연주는 견고하고 단단했으며, 빼어난 음색은 숨죽이고 연주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찰스 올리비에 먼로와 탄력 있는 호흡을 이룬 연주가 진행될수록 에스더의 연주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2악장 안단테 아사이, 3악장 알레그로 벤 마르카토에서 듣는 이를 몰입하게 하는 테크닉의 완비, 큰 무대에도 전혀 동요하거나 떨지 않는 자신만만함, 이런 것들에 더해 에스더 유는 음악이 진행될수록 프로코피예프의 곡이 보유하고 있는 장애물인 지난(至難)한 테크닉들을 가볍게 넘기며 여유 있고 청량감 있는 연주를 선사했다.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원래 국제적인 여정을 거친 작품이다. 1악장의 제1주제는 파리에서 작곡했고, 2악장의 2주제는 러시아 보로네슈에서 그리고 오케스트레이션을 끝낸 것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이며 초연을 치른 곳은 마드리드였다. 이런 국제적인 여정을 타고난 희귀한 운명의 이 곡은 아직 나이 어리지만 풍부한 국제 연주 경험과 교양을 갖춘 에스더 유에게는 맞춤복처럼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당당한 17세의 틴에이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쏟아지는 박수 갈채. 에스더 유는 이날 공연의 빛나는 히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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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스더 유의 서울 예술의전당 데뷔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진 것이었다. 16살의 틴에이저를 전통과 권위의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입상자로 선택했다는 것도 센세이셔널한 일이었기 때문에 에스더는 얼마든지 빨리 고국인 서울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뷔를 서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담금질을 계속해 나갔고 이번에 서울 바로크 합주단과 협연을 갖기 전에 일신홀에서 타르티니 등의 레퍼토리로 리사이틀을 갖기도 했고 서울 바로크 합주단과 대전에서 협연을 하고 서울 바로크 체임버 홀에서는 자하르 브론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국제적인 클래식 음악의 도시로 떠오른 서울에서의 데뷔 연주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기 때문에 차근차근 큰 무대에서의 연주를 준비해 온 것이었다.

이번에 정기연주회를 통해 에스더 유와 협연하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에스더 유를 관찰한 서울 바로크 합주단의 리더 김민은 에스더 유에 대해 “어린 나이에 비해 매우 인텔렉추얼한 연주자다. 대단히 생각이 깊게 연주한다. 대개 어린 연주자들은 많은 경우 테크닉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에스더는 그렇지 않고 분석하면서 곡을 연주할 줄 아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연주에 현명함이 깃들어 있는 드문 연주자로서 음악성이 매우 뛰어나고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적인 대형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자질

서울 바로크 합주단과의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후 에스더 유는 바로 ‘2011서울국제음악제’를 준비했다. ‘2011서울국제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5월 30일 폐막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작년에 서울 바로크 합주단 정기연주회에서 부상을 딛고 재기, 지휘와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었던 우리 시대 바이올린의 명장 막심 벤게로프가 바이올린과 지휘를 맡아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콘서트였다.

공연의 스타트는 J.S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으로 상쾌하게 출발했으며 부상으로 인해 수년간 은퇴했다가 부활한 명인 막심 벤게로프와 함께한 파트너가 바로 에스더 유였다. 마치 예전 살바토레 아카르도와 안네 조피 무터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으로 잊을 수 없는 명반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 것처럼 막심 벤게로프와 에스더 유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바흐의 음악세계를 파고들었다.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적인 대형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자질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진단처럼 에스더 유는 결코 벤게로프의 명성에 밀리지 않았고 상큼하고도 자신만만한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무대에 등퇴장할 때도 에스더는 매우 당당하고 자연스런 무대 매너를 통해 준비된 솔로이스트로서의 모습을 선보여 주기도 했다.

두 번에 걸친 성공적인 서울 데뷔를 치른 이 지성과 감성을 골고루 갖춘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의 멘토는 독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명 바이올린 교수 안나 추마첸코다. 벨기에에서 공부하며 살고 있는 에스더 유는 한 달에 한두 번 추마첸코 선생을 찾아 장시간 음악에 대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지금 나이에 쌓아두어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레퍼토리들을 부지런히 마스터해 가고 있다.

금년 2011~2012 시즌에 펼쳐질 에스더 유의 공연 일정은 매우 바쁘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팔레 데 보자르 홀과 런던 로열 알버트 홀 공연, 프랑스 로레인 국립오케스트라, 체코필, 암스테르담 교향악단, 로테르담 교향악단, 타이페이 교향악단, 노보시비르스크 필, 누오베 무지케 교향악단, 체코 비르투오지 체임버 오케스트라, 원주시향 등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2012~2013 시즌에는 런던의 명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기다리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의 무궁무진한 앞날이 정말 기대된다. ‘에스더’라는 성서 속의 여왕의 이름처럼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바이올린의 여왕으로 등극할 에스더 유를 기다린다.

글_ 장일범 음악평론가, KBS클래식FM ‘장일범의 가정음악’ DJ·사진제공_ 서울 바로크 합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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