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다잉 메시지’… 다음 표적은 인간?

동물들 ‘다잉 메시지’… 다음 표적은 인간?

입력 2011-01-08 00:00
수정 2011-01-0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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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선 찌르레기… 中에선 지렁이… 호주선 돌고래…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구촌 각지에서 동물의 집단 의문사가 잇따르고 있다. 수천 마리의 새떼가 후두둑 땅으로 추락해 죽는가 하면, 강과 바다에서는 물고기 수만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세간에는 단순 사고사 가능성에서부터 환경오염론, 심지어 종말론과 음모론까지 따라붙는다. 일단 기후변화나 독성 화학물질이 ‘조용한 살인범’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나마 유력하지만 명확한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전문가들은 ‘진범’이 무엇이든, 동물의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에는 인간에 대한 지구의 경고가 담겨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동물, 그 다음의 표적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아칸소주 비브에서는 찌르레기 5000여 마리가 마치 가미카제 특공대를 연상시키듯 떼지어 추락해 죽었다. 민가 주변과 정원에 쌓인 새들의 사체는 반경 500m∼1㎞에 집중돼 있었다. 한데 모여 날다가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후 나흘 뒤인 지난 4일에는 루이지애나주 포인트 쿠피 패리시에서 붉은어깨찌르레기 500여 마리의 사체가 엇비슷한 형태로 발견됐다. 찌르레기떼의 집단추락사는 미 펜실베이니아 길버츠빌에서도 나왔다. 또 텍사스주의 한 고속도로 다리 위에서도 새 2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6일에는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 파라나구아 해안에 정어리와 메기 떼가 무더기로 죽은 채 떠올랐다. 외신들은 이들 사체의 무게만 100t에 이른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영국 켄트 해안에서는 꽃게 4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월 중국 광저우에서는 한때 지렁이 수천 마리가 연일 아스팔트 차도와 인도로 기어나와 시민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동물의 집단 의문사가 잇따르면서 인터넷 등에는 ‘비밀정부의 실험 때문’이라는 식의 음모론과 종말론 등 구구한 억측이 난무한다. 지난해 관심을 모은 2012년 종말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대 마야력이 예언했다는 2012년을 앞두고 아마겟돈(지구 종말에 펼쳐지는 선과 악의 대결)의 조짐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언비어는 동물 의문사의 원인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 아칸소주에서 벌어진 찌르레기 집단 추락사는 새들이 하늘 높이 날다 벼락에 맞았거나 폭풍에 휘말렸을 가능성, 아니면 주민들이 신년을 축하하면서 쏘아 올린 폭죽 소리에 놀라 죽었을 가능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루이지애나주 조류보호협회의 그레그 부처 회장은 “지구 온난화 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동물의 의문사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임 순천향대 교수(환경보건학)는 “동물이 죽는 원인을 싸잡아 독성 화학물질이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돌릴 수는 없겠으나 하급 생물의 수난은 결국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1-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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