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이대론 안된다] “오래가는 시스템으로 미래세대도 양질의 연금 혜택을”

[공무원연금, 이대론 안된다] “오래가는 시스템으로 미래세대도 양질의 연금 혜택을”

입력 2014-01-21 00:00
수정 2014-01-2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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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코 린드크비스트 재무부 인사정책 책임자

“핀란드 공무원 연금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래 세대도 양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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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코 린드크비스트 재무부 인사정책 책임자
아스코 린드크비스트 재무부 인사정책 책임자


헬싱키에서 만난 핀란드 재무부의 인사정책 책임자인 아스코 린드크비스트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임금인상률을 공공과 민간 모두 0.5%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먼저 전했다. 지난해 임금이 공무원 2.5%, 민간 2.3% 올랐지만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3년치 임금협상을 통해 미미한 수준의 인상으로 묶었다는 것이다. 임금협상이 끝났으므로 앞으로 노조의 파업은 모두 불법이며, 노동법원은 불법파업에 대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린드크비스트는 “몇몇 나라에는 공무원에게 임금 협상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유럽에는 노조의 경영 참여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노르딕 노동 모델’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금 개혁 역시 노조의 거센 저항을 받았지만, 결국 은퇴 연령을 높여서 연금을 적립하는 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연금 역사는 제법 길다. 1870년 공무원 연금이 먼저 도입되었고, 이어 1956년 선원 연금, 1962년 근로자 연금, 1970년 자영업자 연금과 농민 연금이 단계적으로 마련됐다.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 붕괴와 더불어 핀란드 경제에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25만명이던 중앙정부 공무원이 8만명으로 줄었다. 철도, 우편, 통신 등을 민영화한 결과다. 지방공무원은 45만명으로, 전체 공무원이 약 100만명인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고령화로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핀란드나 우리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사회복지를 점차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있지만,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중앙정부가 보완하는 것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고령화에 대한 핀란드 정부의 해법은 취업률을 높여 소비와 세수입을 향상시키는 패키지 정책이다. 여기에는 고령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령자 케어 정책, 은퇴연령 연장 등이 포함된다. 공공재정을 아끼고 최대한 노동인구를 늘리는 게 목표다.

그는 “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오래가는(endurable)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미래 세대도 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연령을 높여 노동기간을 연장하는 데 대한 핀란드 국민의 반응을 묻자 “노동기간 연장 문제의 해법은 좋은 경영과 리더십을 보장하는 등 노동 조건에 달렸다”고 빗대어 말했다.

2017년으로 예정된 핀란드의 또 한 차례 연금 개혁은 임금인상률을 낮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금제도 개편에는 공무원 노조도 참여해 공무원 수와 임금, 노동시간, 연금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사용자 대표인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서 별 탈이 없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핀란드도 유로를 쓰는 유로존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로 빚을 줄이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핀란드는 정부 경쟁력 강화, 공공재정 절약 등으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1% 미만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의 고민과 핀란드 정부의 숙제가 여러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헬싱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4-0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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