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反中 인니도 중국어 열풍…올림픽 계기로 쿵후·차 등 확산
지난 1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중국어 학습 붐을 전했다. 중국어 학습 열기야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신문이 주목한 점은 인도네시아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인도네시아는 지난 1965년 실패한 공산주의 쿠데타를 중국이 지원했다는 이유로 하지 무하마드 수하르토(1921~2008) 대통령이 1998년 사임할 때까지 30여년간 중국문화와 관련한 모든 표현을 금지했다. 철저한 반(反)중국 정서가 지배했던 국가 가운데 한 곳이다. 이랬던 인도네시아에 지금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과 교류하지 않으면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중국의 저돌적인 반중국 정서 돌파가 결국 인도네시아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중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80명의 교사를 파견, 중국어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현재 전세계에서 순풍을 단 ‘중국풍(風)’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중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 같은 현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자학원 개설은 이미 목표의 절반을 넘어섰다. 따져보면 100% 현지의 요청에 따른 대응이다. 중국은 세계를 겨냥, 중국어를 억지로 배우라고 하지 않았다. 중국 밖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4000만명 이상이다. 10년 안에 15%의 미국 중·고등학생이 중국어를 학습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의 응용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은 2050년쯤 중국어가 동아시아 무역권의 공용 언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어만이 아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경극, 공자, 쿵후(功夫), 차(茶) 등 중화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터를 확실히 닦았다. 할리우드가 중화문화 콘텐츠를 담은 영화를 제작,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비록 아바타에 밀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올 초 개봉한 영화 공자(孔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만들어졌다.
stinger@seoul.co.kr
2010-05-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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