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고서점 임대료 깎아주자 시민들도 ‘단골 지키자’ 운동

시가 고서점 임대료 깎아주자 시민들도 ‘단골 지키자’ 운동

입력 2014-01-04 00:00
수정 2014-01-0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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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신촌의 생로병사] 상업에 찌든 파리 ‘라탱 지구’ 제모습 찾기까지

수백 년 전통의 청년 문화와 역사를 보존해 온 프랑스 파리의 ‘라탱지구’(Quartier Latin)는 사라져 가는 국내 대학가의 청년문화 회복 방안에 시사점을 던져 준다.

800년 전통을 지닌 대학가 파리 5구와 6구 서쪽의 라탱지구는 2000년대 급격히 유입된 상업자본으로 홍역을 치렀다. 고서점과 학생들이 즐겨 가는 저렴한 가격의 음식점이 몰려 있던 거리에 관광객을 유혹하는 부티크와 고급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자갈을 박아 만든 좁은 골목길도 콘크리트 바닥으로 바뀌었다.

이곳이 ‘라탱’(Latin)으로 불린 까닭은 1798년 프랑스혁명 때까지 소르본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이 거리의 서점과 카페, 레스토랑에 모여 앉아 라틴어로 대화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라탱지구 인근에는 소르본대학과 콜레주드프랑스, 앙리 4세 고교 등 명문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상업자본이 유입되면서 라탱지구 고유의 분위기가 훼손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점이 늘고 가게 임대료가 폭등하자 200개 이상의 서점이 폐업했다. 이때부터 과거의 청년과 현재의 청년이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라탱지구의 고서점과 단골 레스토랑을 지켜야 한다는 파리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서는 ‘서점 지키기 운동’이 일어났다.

파리시도 대학가의 오래되고 작은 서점을 살리려고 뛰어들었다. 파리시는 2008년부터 4년간 ‘비탈 카르티에’(생기 있는 거리) 프로젝트를 통해 라탱지구를 문화 상권으로 지정하고, 17곳의 오래된 서점을 시가 소유한 건물에 보증금(3개월 임대료)만 받고 매장을 내줬다. 또 옷가게 등의 매장이 구역을 점령하거나 고서점·레코드 가게와 같은 문화상품 매장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했다.

청년문화기획자모임 활동을 하는 최현호(33)씨는 3일 “대학가의 오래된 서점이나 음식점, 단골 가게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하나의 스토리 공간”이라면서 “무형의 자산을 지키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1-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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