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월 국산기술 우주 발사체 쏘아 올려… 성큼 다가온 우주강국의 꿈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0월 국산기술 우주 발사체 쏘아 올려… 성큼 다가온 우주강국의 꿈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8-01-25 17:40
수정 2018-01-25 19: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임창용 위원이 진단했습니다 - 한국 우주 발사체 자력개발 어디까지 왔나

오는 10월 우리는 드디어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켓)를 시험 발사한다.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위성을 실은 나로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지 5년여 만이다. 그러나 나로호는 러시아 발사체에 실렸고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외국산 발사체나 외국 기술진의 도움 없이 우리 자체의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2018년은 우리나라 우주 개발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을 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오는 10월 발사될 시험용 한국형발사체 인증모델 조립 상황을 검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오는 10월 발사될 시험용 한국형발사체 인증모델 조립 상황을 검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시험 발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시험발사체엔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한 75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현재 마지막 인증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 발사가 성공하면 2020년에는 명실공히 순 국산인 한국형 발사체(KSLV-2)로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1단에는 4기가 묶여서, 2단엔 1기가 장착된다. 3단엔 별도로 개발 중인 7t급 액체엔진이 들어간다. 한국형 발사체엔 무게 1.5t의 실용위성이 탑재된다. 나로호에 실은 위성(100㎏)의 15배다. 발사가 성공하면 앞으로 첩보위성을 비롯한 각종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어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우리 자체의 역량으로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북한마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떠드는데 우리의 로켓 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었다. 지금까지 보낸 15기 정도의 각종 위성은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해외 발사체에 태워 보냈다. 1기당 400억~600억원의 비용이 든 것을 고려하면 수천억원을 배달 비용으로 지불한 것이다. 발사체는 우주로 사람이나 물체를 실어나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비용 차원을 떠나 자주적인 우주개발이란 국가 역량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 각국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우주 발사체용 엔진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부터다. 1990년부터 고체연료를 쓰는 1단형(KSR-1)과 2단형(KSR-2) 과학로켓 개발에 뛰어들며 기술 축적에 나섰지만 총사업비 수십억원 규모의 기초적인 소규모 사업이었다. 이후 한·미 미사일지침에 의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고체로켓 개발이 금지되면서 한국은 액체로켓 개발에 나선다. 애초 나로호(KSLV-1)의 1단 로켓에도 우리가 개발한 액체엔진을 쓰려고 했으나 핵심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러시아 로켓을 도입해야 했다. 당시 1단 액체로켓이 개발됐다면 한국형 발사체(KSLV-2) 발사가 최대 10년은 앞당겨졌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2013년 발사된 나로호의 1단엔 러시아산 액체로켓이, 2단엔 국산 고체로켓이 장착됐다. 1차(2009년)와 2차(2010년) 발사에 실패한 뒤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추력이 크고 중요한 1단 로켓이 국산이 아니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몇 단계나 앞서 있다.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자 안보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금까지 36회 발사에 성공했고, 운용 중인 첩보위성만 10여기다. 북한은 대포동 1~2호 이후 은하 1~3호를 거쳐 2012년 광명성호까지 거침없이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김정은 집권 이후엔 더욱 우주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이 일본이나 북한에 비해 많이 늦은 것은 국가적 역량 집중이 안 된 탓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주개발 예산만 보아도 한국은 6억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393억 달러)이나 중국(61억 달러), 러시아(52억 달러)는 물론 일본(36억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우리는 정부 의지나 정치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2018년 시험발사체 발사 및 달 궤도선 개발, 2020년 한국형발사체 발사, 2025년 달착륙선 개발 등 우주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약으로 2020년에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탄핵 이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과 시행착오 등을 기반으로 제3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을 준비 중이다. 여기엔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하는 독자적인 달 탐사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dragon@seoul.co.kr
2018-01-26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