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새해는 어둠 속의 액운을 쫓아내고 밝은 빛을 몰고 오는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인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다. 특히 올해의 닭은 불의 기운이 가장 성해 붉은 닭의 해라고도 한다. 이렇게 어려움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대표적 상징인 닭보다도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모범기사 허영구씨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이 버스는 새벽 3시 30분에 구로동 차고지를 출발해 4시 40분에 여의도에 도착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보성운수 5618번 버스는 서울에서 가장 이른 새벽 3시 30분에 운행을 시작한다. 승객들은 청소용역, 일용직 근로자, 경비원, 심지어 술 마시고 집에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여의도에서 빌딩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타는데 1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면 좋아하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의 생활이 어떤지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가네요.” 첫차의 운전대를 잡은 모범기사 허영구(58)씨는 지체 없이 출발을 한다.
송파구 잠실본동 먹자골목에서 공무관(환경미화원)이 밤사이 지저분해진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본동에서 청소를 마친 공무관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원 화천군 조경철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달의 모습.
조경철천문대 유주상 천문대장이 1m 반사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본인이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항운노조 직원들이 경매에서 낙찰된 활어를 옮기고 있다.
신문배달원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가정집에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서 새벽 3시 40분이 되자 불을 밝힌 어선들이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새벽은 고요하고 차분한 듯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한국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묵묵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금리 인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갈등, 세계적인 불경기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게 사실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공자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작은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남 탓,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 지도자만을 믿어서도 안 된다.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자신의 주변부터 감동시킬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위기가 닥친 지금이야말로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우리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7-01-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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