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후 허둥지둥한 軍

천안함 침몰후 허둥지둥한 軍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10: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작전 현장종결 태세 의문…비시스템화 군” …대규모 문책과 정비 있을듯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군의 대응태세 및 보고.확인 시스템 등에서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함대사와 해군작전사령부,합참 등에서 상황을 보고하고 전파하는 데 혼선을 빚어 사고 발생시간 논란을 촉발했고,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과 국제상선공통망 교신 내용을 찾는 데만 며칠을 허비했다.

 특히 해군은 사건 발생 37분 만에 공군에 탐색.구조전력 지원을 요청했고 정작 요청을 받은 공군은 40여분 뒤에 KF-16 편대를 출동시키는 등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도발시 현장종결’ 태세 의문=군은 북한군의 도발시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작전을 현장에서 신속히 종결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공개화했고 이런 지침은 일선 부대에 하달된 상태이다.

 현장 지휘관은 작전과정에서 인근 합동전력의 지원을 요청,육.해.공 합동전력으로 전승을 보장토록 재량권이 최대한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정화(중장) 해군작전사령관과 김태영 국방장관이 전화통화에서 ‘격파사격’ 문제가 거론되는 등 현장 지휘관인 2함대사령관의 재량권이 실행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초기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던 함장의 보고를 지휘계선으로 전달받았던 김동식(소장) 2함대사령관이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속초함의 ‘새떼’ 격파사격을 승인했어야 하는 것 이다.

 이에 해군 관계자는 “사격 승인 권한이 있는 2함대사령관이 당시 작전사령관에게 보고했다”면서 “작전사령관은 합참과 국방부에 사실상 이를 통보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2함대는 사고 18분 만인 오후 9시40분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인 ‘서풍-Ⅰ’을 발령하고 사고 37분이 지나 공군의 탐색.구조전력의 지원을 요청했다.

 서풍-Ⅰ은 해군은 물론 공군 전투기,백령.연평도에 배치된 해병대 K-9 자주포 등 2함대 작전과 관련 있는 모든 전력을 전투배치해 놓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합참은 사고발생 1시18분이 늦은 오후 10시40분에야 전투기 출격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북한군의 도발이 있었다면 이를 격퇴하기 위한 공대지,공대함 전투지원 시기를 놓친 것이다.

 이는 합동전력으로 전승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합참 스스로 실행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출격하면 오히려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즉각 출격할 수 있도록 조종사가 전투기 좌석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화되지 못한 軍=29조원의 막대한 ‘혈세’를 쓰고 전국 모든 부대의 전산망이 신경세포처럼 조밀화된 군의 행정 시스템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은 사고발생 시간이 오후 9시15~16분이라는 의혹이 제기된지 10일 만인 지난 4일에서야 천안함이 오후 9시19분 2함대사와 국제상선공통망으로 감도(송수신상태) 확인 교신을 확인했다.

 또 백령도 해병 6여단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침몰함의 모습을 공개하라는 여론에 마지못해 두 차례 공개했다가 전날 함미 부분이 급속히 가라앉은 영상을 추가로 내놓았다.

 두 번째 공개하면서 더는 영상이 없다는 군의 발표가 거짓임이 드러났다.더욱이 세번째 공개된 영상은 군이 녹화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합동조사단이 백령도에서 이 장비를 압수해 이틀간 분석해서 찾아낸 것이다.

 백령도에 배치된 TOD는 자동녹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야간에 적의 침투나 선박 조난 여부 등을 감시하는 장비이다.그간 자동으로 녹화된 야간 상황을 주간에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아 야간 경계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고 발생시간에 의혹이 제기된 것도 순전히 군의 보고 및 상황전파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9시16분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미상의 소음을 청취했고,2함대사는 사고 직후인 오후 9시28분 포술장으로부터 사고상황을 접수한 뒤 발생 시간을 확정하지 않은채 오후 9시30분에 접수한 상황만을 해군작전사령부에 핫라인으로 보고했다.

 해군작전사령부는 방공진지에서 청취한 소음이 천안함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오후 9시15분을 사고 발생시간을 합참에 팩시밀리로 보고했다.합참은 2함대로부터 상항을 접수한 시간인 오후 9시45분을 사고 발생시간으로 혼동한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대대적 수술.정비 필요=군 안팎에서는 침몰사고 원인 규명과 별개로 군의 작전.보고.행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전비태세검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비태세검열단 요원들도 군의 온정주의를 차단하기 위해 민.군 공동으로 구성해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민.군 합동조사단에 검열요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폭발원인 규명 조사위원회처럼 별개로 구성해 대대적인 수술과 정비요소를 식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번 사고과정에서 군의 대응체계에 삼각한 혼선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라 정확하게 진단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