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회의, ‘핵없는 세상’ 노력에 화룡점정

NPT회의, ‘핵없는 세상’ 노력에 화룡점정

입력 2010-04-30 00:00
수정 2010-04-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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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부터 28일까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2010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는 ‘핵없는 세상’을 향한 지구촌의 외교적 노력에 화룡점정을 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4월 6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발표를 신호탄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핵무기감축협정 서명(8일.체코 프라하), 핵안보정상회의 개최(12-13일.워싱턴D.C.)로 숨가쁘게 이어져온 비핵화를 위한 거대한 담론이 NPT 평가회의에서 최종 점검, 평가를 받게되는 것이다.

엘런 타우셔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차관은 이번 회의를 두고 “핵의 봄(春)을 마무리하는 행사”라고 정의했다.

일단 NPT 평가회의는 핵안보정상회의와 비교하면 참가자들의 ‘격’은 장관급으로 떨어지지만, 참가국 규모와 의제 면에서 볼 때 글로벌 비확산 체제 구축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총 47개국 정상이 참여해 핵물질이 테러리스트 그룹 등 이른바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와는 달리 NPT 평가회의는 전 세계 18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비확산, 핵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문제 등 핵문제의 ‘ABC’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다자 협의체다.

즉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및 관련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핵 비무장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탄생한 NPT라는 국제조약의 매 5년간 이행상황에 대한 회고적 반성과 미래지향적 개선사항을 동시에 논의하는 틀을 갖추고 있다.

이번 NPT 평가회의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NPT체제의 강화를 역설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개최됐던 2005년 NPT 평가회의가 결과문서조차 내놓지 못하고 끝나면서 NPT체제의 이완을 초래했다고 판단, 자신의 ‘핵없는 세상’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버팀목으로 NPT체제의 강화를 들고 나왔다.

2005년 NPT 평가회의 후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며 NPT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이란도 그 뒤를 이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미명 하에 자체 핵개발을 서두르는 등 NPT체제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던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것은 이번 회의에 걸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대치 수준과 의미부여의 강도를 느끼게 하고 있다.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회의에는 앨 고어 당시 부통령, 2000년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대표로 참석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2005년 회의에 국무부 차관보를 대표로 보내는 등NPT체제 강화에 상대적으로 공을 들이지 않았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NPT회의의 미국 정부대표를 ‘장관’으로 격상시킴으로써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얼마나 NPT체제 강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이번 회의를 앞두고 그간 비핵보유국이 문제를 삼아왔던 주요 쟁점들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사전 정지작업도 충실히 마친 상태다. 핵태세검토 보고서를 통해 비핵보유국에 대해 핵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안전보장(NSA)’ 을 다짐했으며, 프라하에서 러시아와 새로운 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군축노력에도 솔선수범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이는 NPT회의 폐막과 함께 최종 합의문서가 원만하게 채택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관심은 2003년 탈퇴 이후 NPT 체제 밖에 머물고 있는 북한과 핵개발 의혹 속에 강력한 제재 가능성에 직면한 이란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다.

일단 북한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임의탈퇴를 방지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타우셔 차관도 NPT체제를 위반한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탈퇴권리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의에서는 북한의 NPT체제 복귀와 비확산과 관련한 국제규범의 준수를 요청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란의 경우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심이 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는 와중에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NPT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서방국가와 이란간에 불꽃튀는 설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회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해 뭇매를 때리는 형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국제규범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위반하고 있는 이란을 간접 압박할 태세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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