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양자·일방적 제재 3종 세트로 압박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천안함 사건 후속 대응으로 다자적(multilateral),양자적(bilateral),일방적(unilateral) 제재 ‘3종 세트’를 모두 끄집어내는 전방위 대북(對北) 제재 태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대표적인 다자적 대응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이다.한국이 주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유엔 안보리 회부 절차에 착수하면 미국은 중국을 포함,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할 방침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미.일 외교장관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천안함 공격 행위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지역적(regional)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적(international) 대응이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유엔 대응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응 수위를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추진할 것인지,압박 수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한국 정부와 협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함께 취할 양자적 대응으로는 한미 연합 대잠수함훈련 실시,서해상 대북경계태세 강화,대북 정찰활동 강화 등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방안이 꼽힌다.
오는 2012년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시점 연기도 검토될 수 있지만,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 ”천안함 침몰사고와 전작권 전환문제는 연계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어 당장 천안함 대책으로 검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내에서 안보 환경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전작권 연기를 공식 제기할 경우 별도 차원에서 검토될 수는 있지만 천안함 대책으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게 미 행정부 분위기이다.
다자,양자적 제재는 물론 미 행정부 자체적으로 단행할 수 있는 일방적 제재에 대해서도 오바마 행정부내 외교안보파트에서 실무적 검토에 이미 착수했다.
미국 측은 천안함 대응 방안을 물밑조율하면서 ”일방적 제재 수단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일방적 제재 조치 검토는 ‘동맹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한 천안함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차원 대응이 중국의 비협조로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독자적으로라도 제재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1874 대북결의가 작동하고 있지만,제재망의 ‘구멍’(loophole)을 찾아내서 빈틈없이 메우는 방향으로 독자적 제재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기조에 입각해 제재 수단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한 북한 기업.기관.개인의 대북 제재 리스트 추가 △미얀마,시리아,이란 등 북한 ‘무기.군사 커넥션’ 의심국가에 대한 일방적 제재 조치 △돈줄 차단을 위한 북한 위폐 유통.마약거래.돈세탁 등 불법행동 차단 강화 등이 검토대상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과거 여러 유엔 대북결의 및 독자 조치 등으로 대북제재망이 촘촘하게 짜여 있지만,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일방적 제재를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금융분야 및 다른 분야에서 독단적으로 (대북) 조치들을 취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북한에 명백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처럼 다자,양자,일방적 대북 제재조치를 총가동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분위기는 천안함 사고조사 발표 직후 백악관이 전례없이 강도높은 규탄 논평을 내놓았던데서 예견됐다.
다만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 협의 등을 거치면서 전방위 제재의 윤곽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