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장성이 기밀누설…보안 불감증 심각

軍 장성이 기밀누설…보안 불감증 심각

입력 2010-07-20 00:00
수정 2010-07-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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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육군 장성이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 군의 보안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북한에 포섭된 전직 대북 공작원에게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의 일부 내용을 설명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까지 적용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일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야전군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육군 소장 김모(58)씨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북 공작원 박모씨(암호명 흑금성)에게 ‘작계 5027’의 일부 내용을 알려주고 다수의 군사교범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작계 5027은 북한과의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한·미연합군이 방어와 반격에 이어 통일을 달성하기까지의 단계별 작전 계획을 설정한 것으로 지난 1974년 처음 작성된 이후 여러 차례 수정·보완됐다.

 작계 5027의 일부 내용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군사상 기밀인 ‘보병대대’와 ‘작전요무령’ 등 총 9권의 군사교범을 박씨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도 북한작전부(현 정찰총국) 공작원 리모씨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우리 군의 각종 군사자료를 수집해 제공한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김 소장과 박씨(예비역 육군 소령)는 육군 3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장성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군 보안사건을 담당하는 기무사령부는 이 사건을 내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고위 간부가 간첩 혐의자에게 핵심 군사기밀인 작전계획을 누설하고 다량의 군사교범을 넘겨준 것으로 검찰단의 수사결과 드러남에 따라 군의 보안의식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검찰도 “대북 안보 불감증이 군에도 침투한 것으로 판단되는 바 간부를 대상으로 한 안보의식 제고 및 보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군 검찰은 김 소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박씨가 간첩임을 인지하고 김 소장이 군사기밀을 넘겼는지는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김 소장은 작계 5027에 대해 박씨에게 제한된 범위에서는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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