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여성의원 44명 대해부(상)] 보좌관들이 본 여성의원

[18대 여성의원 44명 대해부(상)] 보좌관들이 본 여성의원

입력 2010-08-06 00:00
수정 2010-08-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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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 많고 섬세해’ ‘사적인 심부름 많아’

‘상사’로서의 여성 국회의원은 어떤 모습일까. 여성 의원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우선 여성 의원의 강점으로 ‘세심함’을 꼽았다.

평소에 매우 강성으로 여겨졌던 재선 의원에 대해서 A 보좌관은 “국회에서 총리와 장·차관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지만, 작은 일에 눈물을 흘리는 등 여린 모습도 있다.”면서 “분명히 의원이기 이전에 여성”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재선 의원의 B 보좌관은 “보좌진들의 개인적인 일, 가정의 대소사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고 챙겨주는 편”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의 C 보좌관은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가공하는 면에서 매우 섬세하다.”면서 “동료 의원들과의 대인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집에서 만든 반찬이나 과일 등을 싸와서 직원들과 나눠먹는 일도 흔하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직원들 선물을 사오면 대체로 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세심함은 곧 예민함, 또는 소심함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여성 의원은 더 까다롭다.”는 편견과 함께 의원회관에서는 여성 의원들의 보좌진들이 유독 자주 바뀐다는 통설이 자리잡았다.

행정을 담당했던 D 비서는 “남성 의원들은 화통하고 씀씀이가 큰 편인데, 여성 의원들은 회식비나 휴가 등을 줄 때 ‘찔끔찔끔’ 준다.”면서 “돈과 관련된 일에 조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녀 의원을 모두 보좌해 본 경험이 있는 E 비서관은 “토론회 등의 행사를 열거나 자료집을 발간할 때 남성 의원들은 내용에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여성 의원은 내용보다는 자료집 겉 표지, 홍보 플래카드의 디자인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한 여성의원이 국정감사를 마치고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 남성 보좌관은 “사소한 것 같아도 정무적인 능력이 남성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고 결국 여성 의원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적인 심부름을 시킬 때에는 남녀 보좌진 모두 곤혹스럽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 의원 자녀의 학교에 준비물을 가져다 주거나 핸드백, 겉옷을 들고 있어야 할 때 멋쩍어질 수밖에 없다.

여성 보좌진의 경우 남성들에게 시키기 곤란한, 더욱 사적인 심부름들이 주어진다. 수행을 담당했던 F 비서는 “화장실 앞에서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고 화장품, 스타킹 등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종종 한다.”면서 “같이 다니다 보면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하셔서 안 보던 드라마를 뒤늦게라도 꼭 챙겨봐야 했다.”고 전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0-08-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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