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입력 2010-10-01 00:00
수정 2010-10-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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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大 국가안보硏 마크 헬러 연구실장

“나이와 경험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후계자의 능력은 정권을 잡은 뒤의 행태로 판단해야 한다.”이스라엘 내 최대 싱크탱크인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의 마크 헬러(64) 연구실장은 30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미디어홍보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재단 초청으로 전날 방한한 헬러 실장은 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중동을 비롯한 세계 안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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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헬러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실장이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마크 헬러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실장이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정은 세습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개인적인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기 전엔 속단하기 어렵다. 후계자가 실력이 있는지는 정권을 잡은 뒤 행태를 보고 나서야 판단이 가능하다. 대부분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고 무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

→김정은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 도발 등 모험주의에 빠질 우려는 없을까.

-타당한 걱정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후계자는 전임자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부주의한 액션을 취하는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1인 독재를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한테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평양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반드시 무책임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김정일은 나이와 경험이 많아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테러 가능성을 분석할 때는 테러 동기를 갖는 누군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G20에 참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에도 이슬람 테러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도 있을까.

-한국 정부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목적으로 가능하다.

→천안함을 북한이 공격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승계 과정에서 시도된 도발일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 일회성인지, 지속적인 계획에 따른 도발인지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 사회는 무력 보복에 회의적이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로서는 전쟁 위험이 높아질지 아닐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본 원칙은 도발이 일회성인지, 지속되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이라면 시간을 두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도발이라면 응당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란이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한다고 보나.

-정황으로 보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확증이 없을 때는 의구심의 대상이 신뢰할 만한지 아닌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못 믿을 나라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순히 에너지 개발 차원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요구를 회피할 필요가 있겠나.

→2020년까지 중동에 핵 보유국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변국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보유하려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여러 국가에서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언제든 무기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의 비협조적 자세로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도 결국 한계를 느끼고 지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비슷한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군사력을 유지하고, 미국과 가깝게 지내며 이스라엘처럼 같은 비전을 공유한 나라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10-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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