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이미 나와있어… 올해 발의땐 내년 상반기 가능”

“개헌안 이미 나와있어… 올해 발의땐 내년 상반기 가능”

입력 2010-10-25 00:00
수정 2010-10-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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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 북한산 둘레길 인터뷰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아침 7시 북한산 둘레길의 출발점인 서울 불광동의 장미공원에서 시작됐다. 산길에서 하는 인터뷰라 산만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는 곧 사라졌다. 장미공원에서 은평뉴타운을 거쳐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이르기까지 무려 2시간 30분을 함께 걸으며 정치 현안 전반에 걸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때로는 산길을, 때로는 주택가 오솔길을 걸으며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자 입이 무거운 이 장관도 조금씩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것 같았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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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왼쪽) 특임장관이 23일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신문 이도운 정치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지혜 기자.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이재오(왼쪽) 특임장관이 23일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신문 이도운 정치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지혜 기자.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

→이명박 정부가 취임 이후 1기를 이어오다가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2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들이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1기는 이상득 의원이 주도했고, 2기는 이 장관이 주도한다고들 말한다.

-언론에서 그렇게들 보도하더라.

→2기는 1기와 비교해 어떻게 다를까.

-2기는 정치적으로 과제가 많다. 1기가 구상을 했다고 보면 2기는 실천을 해야 한다. 4대강 사업도 마무리하고, 정치개혁도 하고, 공정한 사회의 기틀도 잡아야 하고, 서민경제와 복지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도 새로운 기반을 좀 구축해야 한다. 2기는 눈코 뜰 새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이 없는 것이다.

→레임덕이 없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할 나름이다. 우리 정권 이후에 개인의 거취를 생각하면, 이 정권의 성공에 전력을 쏟을 수가 없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 레임덕이라는 것이 권력형 비리 때문에 터지는 것 아닌가. 권력이 부패하지 않는데 어떻게 레임덕이 오겠느냐.

→1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의원이 2기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 의원이 자원외교를 얼마나 열심히 하시나. 리비아에 가서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는 것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대외적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말인가.

-그것만 해도 큰일이다. 누군가 감당해야 하지 않나. 그것도 이 정부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이고, 끊임없이 자원을 학보해 놓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기에 이룰 수 있는 업적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은 경제다. 커진 국가경제 규모의 혜택을 서민들에게까지 운반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둘째는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을 해서 20년, 30년 뒤에 한국의 위상이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치개혁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개헌,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체제 개편 등 세 가지이다. 선거구제를 개편하다 보면 정당법도 손봐야 하고, 정치 전반에 걸쳐 개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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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회 헌법연구회에 소속된 의원은 180명이나 되는데 추진력이 없다.

-정확히 186명이다. 어쨌든 지금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성공에 집중해야지 개헌 국면이 아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나.

-시대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지금 체제는 1987년 체제이다. 과거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에는 한 사람이 통치할 수 있을 정도의 국가규모였지만, 지금은 2만 달러 시대다. 지도력이 좀 나눠져서 그것이 하나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시대가 왔다. 100년 뒤를 내다보면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한다.

→정부는 개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을 별도로 준비하나.

-그것이야 다 나와 있는 것이다. 연구도 많이 했다. 선택할 것은 하고, 뺄 것은 빼고, 정리만 하면 된다. 개헌은 전적으로 국회의 책임이고, 여야 합의의 산물이다.

→개헌을 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임기를 단축할 수도 있는가.

-그것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단지 큰 시대의 흐름을 두고서 이 시점에서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청와대도 개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청와대가 너무 개헌 논의에 말려들어 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나.

-여야가 어떻게 할지 봐야 한다.

→대통령은 선거구제·행정구역체제 개편도 강조하는데, 이것도 개헌이 돼야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럴 것이다. 세 개가 연동돼 가는 것이다. 행정구역체제 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했으니 시행령만 만들면 되고, 이에 따라 선거구제도 바뀔 것이다. 지금의 선거구제는 동서갈등을 심화시키고 화합을 가져오기에 부족하다.

→개헌이 연말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일정상 그렇다는 것이다. 개헌에는 90일이 걸리니까, 여야가 합의하면 올해 안에 발의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내년 상반기에는 (개헌이)가능하다는 뜻이다.

●차기 대선 및 대권 주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서 야권이 고무된 것 같다.

-제1야당 대표가 그 정도 뜨는 게 정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야가 공존하는데 야당 대표가 그 정도 안 뜨고 지지율이 한 자릿수이면 야당의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나. 여당으로서도 바람직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에서 볼 때 손 대표는 강적인가.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는데 강적이니, 약적(弱敵)이니 그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정치 상황과 국민의 관심이란 것은 수시로 변한다. 우리가 이회창 대표를 두번이나 대선 막바지까지 이겨놓고 지지 않았나. 지금 우리에게 누가 강적이냐, 약적 이냐를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여당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가 차기 정권 창출의 관건이지 개인이 잘났다, 못났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음 대선의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이 될까.

-역시 경제가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통일이다. 사회통합, 서민경제, 남북통일 등이다.

→남북관계가 안 좋은데 한나라당이 통일로 승부할 수 있을까.

-통일은 시대적 과제이다. 남북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것이 경제성장에도 장애가 된다. 다음 정권 때 평화적 통일이 안 된다고 해도 기반은 닦아야 한다.

→다음 정권 때 통일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통일은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 동·서독 통일이 날짜 정해 놓고 된 것은 아니지 않으냐.

→이 장관이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는가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장관이 장관 역할을 해야지, 다른 곳에 마음을 두면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하는 일에 전념해야지 개인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은 대의를 해치는 것이다. 야당은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한다지만, 여당은 화합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로써 정권을 창출한다. 여야가 정권 창출의 길이 다르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대선 전에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 시점을 언제로 보나.

-글쎄 (차기 대선보다)1년 전쯤이면 될까. 이 정부가 주요과제들을 성공시키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을 시점이 돼야 한다.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구미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 재평가를 했는데.

-과거와의 화해로 보면 된다.

→그런 재평가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나.

-그것은 상관없다. 대통령과 자식들을 연관시켜서 이해하면 안 된다.

→박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어떤 점이 훌륭한가.

-정치인은 각자 자기 길이 있으니 자기가 걷는 길을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지, 개인이 개인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장관이 킹이 될지, 킹 메이커가 될지 관심이 높은데 ‘퀸(Queen) 메이커’가 될 생각도 있는가.

-지금은 그런 것 생각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이 정권이 성공한 정권이 되느냐가 지금 내 존재 가치다. 그것에 나를 바치는 것이지, 그 다음에 뭘 할 것인지는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이념 성향

→정치권 전반이 좌(左)클릭하는 가운데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 장관은 우(右)클릭한다는 지적이 있다.

-좌우 관계 없이 실용적 가치에 부합되면 선택하자는 것이 중도이지 않은가. 복지와 성장이란 것은 좌우 관계 없이 다 필요한 실용적 부분이고, 그 부분에서 친서민 정책을 하나의 실천적 과제로 택한 것이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나라의 정체성으로 갖고 있지만, 그것이 수구적 보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용적·진보적 가치가 있으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지사는 보수주의자로 봐야 할까.

-도지사를 두번째로 하니까 국회의원 할 때와 또 다르지 않겠나. 본인이 도정 경험을 통해서 어떤 점을 지향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 지사라고 해서 특별히 실용적·보편적 가치를 벗어나서 이야기하겠나.

→여야 모두 운동권 출신 지도자가 많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젊은 시절을, 평생을 국민들 속에서 보냈으니까…. 온실 속에서 큰 정치인들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치를 본다. 국민들도 거기에 순치되다 보니 나보고 ‘장관이 무슨 지하철 타느냐’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뒤집어 산다.

●친서민 행보

→지하철은 언제까지 탈 것인가.

-언제까지가 아니라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고 나서도 탈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출퇴근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90도 인사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가.

-지금까지 내 삶이 투쟁의 역사인데 이제 여당이 됐으니 섬김의 역사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섬기려면 자기를 낮춰야 하고 그것을 선거 때 직접 보여준 것이다. 철학의 변화이지 정치 기술로 보면 안 된다.

→지하철, 버스 타고 다니고 5000원짜리 점심 먹으려면 뭐하러 ‘실세’하느냐는 말도 있다.

-바로 그것이 구시대적, 부패한 사고다. 이명박 정권에서의 실세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옛날 실세는 인사청탁하고, 이권개입하고 그러지 않았나. 이것도 하나의 정치개혁이다.

●기타 정치 현안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평화 훼방꾼’ 발언을 어떻게 보는가.

-그 말의 내용은 아주 고약하다. 우리야 야당의 발언이라고 치부하면 끝나지만, 중국의 기본 외교 노선이 내정 불간섭인데 그런 말을 정말 했다면 완벽한 내정간섭 아닌가. 그래서 급하게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제동을 거는 것이다. 더군다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의 지도자들이 오는데 한국을 평화 훼방꾼이라고…. 박 원내대표가 실수한 것이다.

→어느 정도 책임지면 되는 실수인가.

-특임장관은 국정을 원만하게 조율해야 하는 사람이니까(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말한 사람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우리끼리 알고 넘어가기에는 파장이 큰 말이지 않은가.

→아직까지 직접받은 특임은 없는 것인가. 개헌이 특임인가.

-뭘 받았다고 공개하면 특임이 아니다.

→특임을 받긴 받았나 보다.

-그럼, 특임장관인데(웃음).

정리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10-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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