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일 논의 공론화 ‘조심조심’

정부, 통일 논의 공론화 ‘조심조심’

입력 2010-12-29 00:00
수정 2010-12-29 14: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흡수통일론 불식 위해 ‘평화통일’ 강조

 정부가 통일 논의를 공론화하는 데 상당히 신중한 분위기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국방부의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전날 진행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실무보고에서 청와대와 각 부처 관계자들은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날 오후 4시께 엠바고(보도유예)를 걸고 미리 배포할 예정이었던 통일부 업무보고 보도자료는 예정보다 7시간이나 늦은 같은 날 밤 11시 가까이 돼서야 배포됐고,외교부나 국방부 업무보고 내용의 일부도 수정됐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통일과 관련한 표현과 용어 선정에 이처럼 주의를 기울이는 배경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흡수통일론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이날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년 대북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대목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압박을 지속하는 한편,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을 강화해 추진하는 등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정책을 구현함으로써 북한 체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는 전략에 따라 ‘5.24 조치’를 유지하고 북한의 위장평화공세 및 대남 비방·중상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 수뇌부의 돈줄을 차단하는 동시에 인도적 지원과 인권을 매개로 간접 접촉을 통한 주민 계몽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이 내년초부터 동북아의 긴장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대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이 전체흐름에서 소외되거나 주도적 역할을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관련,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사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8일 “통일준비 원년을 확정하고 조선에 대한 정책기조가 흡수통일로 바뀌는 게 확실하다면 이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고 동북아에서 새로운 논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와 책임성과 진정성을 이끌어내려는 것이지 조기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바른 남북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정책 추진목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실제 업무보고에서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비핵 평화 △대외 개방 △민생 우선 등 ‘3대 북한 변화 구상’ 추진과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적극 구현을 통한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을 제시했다.

 외교부가 뒤늦게 이날 업무보고 내용에서 ‘통일’이라는 용어를 ‘평화통일’로 바꾼 것도 상생과 공영의 평화통일을 강조,일각에서 제기되는 흡수통일론을 잠재우고 북한은 물론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복안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체제 보장을 위해 북한 지도부 스스로 가장 꺼리는 부분이 비핵화와 대외 개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대북정책이 결국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고 개방하면 주민 생활수준 향상은 물론 평화 공존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는 그런 바탕 위에서 평화통일을 추진하겠다는 뜻이지 흡수통일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3 / 5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3 / 5
2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