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없냐” “자격 없다” ‘미운오리’ 비례대표

“자존심 없냐” “자격 없다” ‘미운오리’ 비례대표

입력 2011-03-30 00:00
수정 2011-03-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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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일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의 딸 결혼식. 여성 비례대표 의원 서너 명이 떼를 지어 중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타나자 우르르 몰려갔고, 악수를 하지 못한 한 의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지역구 의원들은 “자존심도 없냐.”며 수군거렸다.

#2.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석패율제 토론회. 전문가들이 “석패율은 영·호남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들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장점이 있지만, 소외계층 및 직능대표 수혈이라는 비례대표 고유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자격 있는 비례대표가 얼마나 되냐.”는 반응이었다.

●지역구 의원, 경계·비난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미운 오리’ 취급을 받고 있다. 저마다 지역구를 탐내고 있어 지역구 의원들의 경계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교수 출신의 한 비례대표는 “처음에는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생기더라.”라며 “모든 비례대표들이 지역구를 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들은 영남과 서울 강남 지역을, 민주당 비례대표들은 호남과 서울 강북 지역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존 지역구 의원들은 “공짜로 배지를 단 사람들이 과욕을 부린다.”고 비난하고, 비례대표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재선·3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맞선다.

●미래희망연대 ‘집단 따돌림’

분당을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한나라당에선 “배은희·정옥임·조윤선 등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들이 미리 출사표를 내고 현장을 누볐다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들은 “아무런 전략 없이 판만 키워놓고 상황이 악화되자 우리에게 화살을 돌린다.”며 억울해 한다.

소속 의원 8명 전원이 비례대표인 미래희망연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합당하면 영남권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도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이들을 반길 리가 없다. 지난해 양당이 결의했던 합당도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03-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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