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 정체성은 뭐냐” 민주당 한·EU FTA 후폭풍

“우리 당 정체성은 뭐냐” 민주당 한·EU FTA 후폭풍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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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중도 노선갈등 재점화

민주당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로 비준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자 안에선 정체성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밖에선 야권 연대 균열 조짐마저 보인다. FTA가 첨예한 이념적 이슈인 데다 4·27 재·보선 이후 정치권 재편이 예고된 시점이라 당 안팎에는 복잡한 ‘중층’ 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노선 갈등이 점화됐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법, 농어민지원법이 실종됐다. 선명성도 중요하지만 소상인과 농민을 보호하는 것도 민주당의 중요한 정체성”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당초 비준동의안 처리에 합의해 준 것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당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노선 투쟁이 치열해지면 당권파의 ‘중원 진출론’과 비당권파의 ‘진보 연대론’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손학규 대표가 이날 서울 연건동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충분한 보완 없이 FTA를 통과시키는 것은 중산층의 바람이 아니다.”라며 진보와 중도를 동시에 아우른 것은 ‘사전 대비용’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야권 연대와 연동되면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

당장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충분히 논의했다면 패착은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방조한 책임이 크다.”면서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승리에 도취돼 국민과의 약속을 잊었다.”고 질타했다.

현재 야권은 ‘동맹’을 앞두고 내부 정비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식 개혁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진보통합에, 국민참여당은 추스르기에 한창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독자파는 민주당의 양보를 반길 리가 없고 통합파는 야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야권의 공조를 자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한·EU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비민주 야권이 모를 리 없다. (야권의 공격은) 민주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견제”라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11-05-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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