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엇박자
한나라당이 소득세·법인세의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16일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바로 감세 기조 유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해 정책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의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을 감세 철회를 지지하는 황우여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일임키로 해 당내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16일 국회에서 추가감세 철회에 관련해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배영식·고흥길·나경원·강길부·김성식 의원.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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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감세 정책을 철회하는 대신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세율 구간을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에 따른 보완 대책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와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한시적인 조세 감면 제도의 일몰 시기를 연장해 주거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면서 “전체적인 감세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최고구간 세율에 대해서만 당분간 유보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소속의원 172명 가운데 98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는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에는 63명(65.6%)이 찬성했고, 33명(34.4%)이 반대했다.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는 찬성이 78.4%, 반대가 14.4%였다.
한나라당은 의총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정책위나 국회 기획재정위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추가 감세 철회를 관철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오찬간담회에서 법인·소득세 감세 철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재정부는 법인·소득세 감세와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권위 있는 기관의 권고와 같은 생각”이라며 감세 기조 유지 입장을 밝혔다.
IMF는 조세 지출을 제한하고 과세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지난 4월 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큰 폭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조세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5월에 냈다. 박 장관은 “당론이 정해지면 협의해서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 않으냐.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청와대는 세계적으로 세입 기반을 넓히는 추세인 데다 일자리 창출,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에도 감세가 효과적이라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11-06-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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