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갈등 2R] 경찰 반발 잠재우고 법무부령에 ‘內査 범위’ 확실한 선긋기

[검경 수사권 갈등 2R] 경찰 반발 잠재우고 법무부령에 ‘內査 범위’ 확실한 선긋기

입력 2011-06-22 00:00
수정 2011-06-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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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합의 파기 발언’ 왜

조현오 경찰청장이 2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이 경찰의 독자적인 내사 활동까지 지휘하려 시도하면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는 것”이라며 작심 발언을 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이후 불거진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카운터 파트인 검찰에도 내사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합의 과정 뒷얘기까지 공개한 것도 확실하게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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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경찰
뒤숭숭한 경찰 검경의 수사권 조정 합의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검찰 지휘권만 강화됐다.”는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21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문을 나서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조 청장의 ‘여차하면 합의 파기’ 발언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중재로 합의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경찰의 반발 수위가 예상보다 높고 진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명문화시키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수사의 주체성을 갖게 됐다며 “미흡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했으나 내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절치부심하던 검찰과의 주종관계 탈피가 오히려 더 강화됐고, 얻은 것은 껍데기요, 잃은 것은 속살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무엇보다 법무부령에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옭아맬 수 있다는 검찰의 입장을 접한 경찰은 차라리 “무산시키자.”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급기야 한 경찰 간부가 21일 오전 경찰청사 앞에서 ‘이번 합의는 무효’라고 쓴 대형 화이트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판국으로까지 발전했다. 내부 게시판에도 불만에 찬 글이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결국 조 청장은 20일 오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합의안 도출 과정을 직접 설명하며 불만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글부글 끓는 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청장이 직접 나서 검찰의 지휘를 받는 ‘모든 수사’에 내사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조 청장은 검찰이 내사에 대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두다간 올 연말 이전까지 검찰과 합의하기로 돼 있는 법무부령이 검찰 페이스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부담을 무릅쓰고 조 청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의 청와대 서별관 합의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도 내사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 빗장을 걸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이 장관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내사는 수사가 아니다.”라고 발언하자 평검사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이를 다독이는 모습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배수진을 친 조 청장이 합의를 깰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당장 검찰에서 내사는 ‘첩보 입수까지’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경찰의 ‘입건 전까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조 청장이 당장 ‘합의 파기 선언’을 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은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2011-06-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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