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직 거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오세훈이 노무현?”
오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혼선을 빚고 있다. 중앙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느냐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어야 하느냐를 놓고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18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 시장이 당과 한 번도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주민투표 때문에 당이 왜 수렁에 빠져야 하느냐.”면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한나라당은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게 분명하다.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유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한 번 열지 않고 16개 광역시·도 중 서울시단체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이끌려 왔다.”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도지사인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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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최고위원이 당의 ‘총력전’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나경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이 계백장군처럼 혼자 싸우다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친박계와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나경원 최고위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지자체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당의 적극적인 개입에 일정 부분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부재자 투표로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 대통령은 주민투표일에 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큰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사 표시를 투표를 통해 하자는 뜻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 김용태 의원은 “투표율이 저조하면 모든 게 엉망이 되는 상황에서 시장 보궐선거를 따질 게 뭐가 있느냐.”며 시장직을 걸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민주당이 ‘깽판’ 치려는 판에 시장직을 거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오세훈이 노무현이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창구·윤설영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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