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쟁점화 총력… 문건 정밀분석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30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600여건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감행했다는 문건이 폭로된 데 대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문제에 화력을 집중, 총선 구도를 바꿀 메가톤급 쟁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기세다.민주당은 무엇보다 이 사건을 수세에 몰렸던 총선 구도를 역전시킬 계기로 기대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이 종북좌파 색깔론 공세 등으로 주도한 총선 구도를 정권 심판론으로 바꿔 보겠다며 대공세를 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총선 후보들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몸통”이라며 꺼져 가던 정권 심판론을 되살려 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심각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면서 사찰 관련 문건도 확보해 정밀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통합진보당도 이 문제를 총선 기간 내내 여권 공세의 핵심 재료로 활용, 색깔론 공세를 피해 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야권은 현 정부가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파동,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을 일삼았다며 민간인 사찰 공세까지 가해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지휘하는 새누리당 진영의 기세를 꺾어 놓겠다고 별렀다.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이날 총선 유세 현장과 당 공식기구 회의 및 대변인단 논평 등에서 이런 의지가 드러났다.
이날 강원 지역 순회 유세를 한 한명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강원도청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을 공격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 언론노조 집회에서 민간인 사찰을 맹공격했다. 김유정·박용진 대변인, 김주한·박지웅 선대위 부대변인 등도 각각 논평을 통해 파상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와 MB(이명박)·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합동회의에서도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융단 폭격이 가해졌다. 박영선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과 전병헌 MBC투표방해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유재만 MB정권비리척결본부 본부장 등은 “(닉슨 미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몇 배 폭발력이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도 이날 민간인 불법 사찰을 “정권을 내놔야 할 어마어마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글로 논란이 일어난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판사 출신 서기호 비례대표 후보를 위원장으로 한 청와대 민간인 불법 사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공세를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박정희 유신정권 치하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가공할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면서 “청와대 일선 간부가 이처럼 방대하고 무차별적이며 정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사건의 몸통이라는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춘규 선임기자·강주리기자 taein@seoul.co.kr
2012-03-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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