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와 속개 반복..회의 진행 불투명
통합진보당은 12일 4ㆍ11 총선 이후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중앙위원회를 개최했으나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충돌하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특히 회의가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해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과 관련한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중앙위를 열었으나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치로 정회를 거듭하고 있다.
당권파는 진상조사를 통해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입증됐다며 비례대표 총사퇴와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당권파는 진상조사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비례대표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당원총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시작 전부터 격돌을 예고했다.
공동대표단은 회의 시작 전 전국운영위원회의를 열어 핵심 안건을 정리하려 했으나 절충점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위 개최가 무산됐다.
또 회의장 안팎에는 당권파 당원 300여명이 모여 ‘진상조사 보고서 폐기’,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당기위원회 제소’ 등을 외치며 진상조사 결과를 규탄했다.
당권파의 이정희 공동대표는 회의 시작 전 전격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고, 비당권파의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는 중앙위원회를 마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회의는 개의부터 쉽지 않았다.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참여당 출신 중앙위원 50여명이 무더기로 교체됐다”고 항의하며 개의를 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앙위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는 “재적 951명 가운데 645명이 참석해 성원됐다”고 개의를 강행했고, ▲강령 개정안 ▲당헌 개정안 ▲당 혁신 결의안 ▲혁신 비대위 구성 안건을 상정했다.
당 혁신 결의안은 대표단과 지도부, 경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를, 혁신 비대위 구성안은 강기갑 전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구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권파 당원들은 “명부 확인”, “유령 중앙위 중지하라”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고, 일부 당원은 공동대표단이 앉아 있는 단상으로 달려가다 진행 요원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
결국 심 공동대표는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30분 동안 정회했다.
심 공동대표는 오후 4시25분 속개를 선언하고, 첫번째 안건인 강령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당권파 중앙위원과 당원 300여명은 회의장 뒤편에 모여 “불법 중앙위”를 외치며 회의 진행을 막았고, 회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오후 6시께 또다시 정회했다.
당권파측은 “유령 중앙위원, 무자격 위원 등이 발견된 만큼 중앙위원 명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중앙위원 전수 조사를 한 뒤 다시 중앙위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날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 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이날 중앙위마저 파행으로 끝난다면 당이 분당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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