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모바일투표 무엇이 문제였나

민주 모바일투표 무엇이 문제였나

입력 2012-08-26 00:00
수정 2012-08-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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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방식 문제… 1~3번 누르고 전화 끊으면 ‘미투표 처리’ 사전 안내 메시지도 없어

민주통합당이 대선 경선에서 대대적인 시민 참여를 위해 전면적으로 도입한 모바일투표가 정작 시행과정에서 중대한 허점을 드러내 경선 레이스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의 모바일투표에서 후보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뒤 전화를 끊으면 이를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기호 1~3번인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번호를 누르고 나서 바로 끊어 이들의 표가 ‘미투표 처리’됐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 근거로 낮은 투표율을 들고 있다. 첫 경선지인 제주 선거인단(3만6천329명)의 투표율은 55.3%에 그쳤다.

특히 제주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은 3만2천984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90.8%에 달하는데,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1만9천345명으로 투표율은 58.6%에 그쳤다.

이는 올해 치러졌던 1ㆍ15 전당대회(80.0%) 및 6ㆍ9전당대회(73.4%)의 모바일 투표율보다 2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투표율이 이렇게 저조한 것은 잘못된 ARS 방식으로 상당수 표가 미투표 처리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의 주장이다. 이런 방식은 마지막 순번인 기호 4번의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는 제주 경선에서 59.8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ARS에서 ‘끝까지 듣지 않으면 미투표 처리될 수 있다’는 사전 안내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던 점도 반발을 사는 요인이다.

애초 당 대선경선기획단에서 경선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안내 메시지를 넣으라고 지적했지만 당 선관위가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후보 측도 권리당원 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안내 메시지에 대해 선관위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전에 당 안팎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선관위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후보들의 기호를 로테이션해서 번갈아 안내하면 순서상의 유불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문제는 이미 11만명이 넘는 권리당원과 제주 및 울산 지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모바일투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15~16일 권리당원 11만1천615명을 대상으로 모바일투표가 이뤄졌고, 울산 지역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1만3천266명도 24~25일 투표를 마쳤다. 제주는 모바일 선거인단 3만2천984명 중 1만9천345명이 투표한 것으로 결과가 발표됐다.

강원 지역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7천942명을 대상으로 26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비문 후보들의 요구대로 재투표할 경우 대상자 범위를 미투표 처리된 유권자에 국한할지, 전체 유권자로 확대해서 할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투표를 하더라도 이미 표심이 왜곡된 상황에서 그 결과가 신뢰성을 담보할 지도 회의적이다.

당 지도부는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일부 재투표 등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비문 후보들은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26일 오후 예정됐던 울산 순회경선에 불참키로 했다.

민주당은 동원선거 논란을 없애겠다면서 인증절차 등을 강화해 대리투표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실제로 경선룰을 부실하게 만들고 관리함으로써 경선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각 후보 측도 선관위와 후보 대리인 회의 등을 통해 경선룰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경선이 시작된 뒤에야 문제제기했다는 점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24일 밤에도 모바일투표 개표 프로그램에서의 입력 오류로 개표값이 ‘0’으로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상황에서 투표 방식에 대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모바일투표에 대한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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