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1999년 전국 분주소장 회의 개최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첫해에 공안기관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북한은 지난 23일 우리의 파출소장격인 전국 분주소장을 평양에 불러모아 불순분자 색출 강화를 골자로 하는 회의를 13년 만에 열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 보낸 축하문에서 “소요·동란을 일으키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하는 불순 적대분자,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가차없이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은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는 모임) 사건을 염두에 둔 듯 김일성·김정숙·김정일의 동상과 혁명 전적지·사적지 등에 대한 경비 보안대책을 분주소에서 철저히 세워 노동당과 수령의 권위를 보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초기와 유사하다.
김 위원장도 19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최고지도자로 공식 등장한 이듬해인 1999년 9월 말 전국 분주소장 회의를 평양에서 열고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통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문을 전달했다.
북한의 분주소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의 최일선 기관이라는 점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집권 초기 주민에 대한 공안통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이 같은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정권과 체제 보위 기관으로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국가안전보위부에도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달 초 창립 기념일을 맞은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해 보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노고를 위로했고, 지난달 초에도 국가안전보위부에 세워진 김정일 동상을 참배하며 “어리석게도 딴 꿈을 꾸는 불순 적대분자들은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후계자 시절인 1987년부터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장자리를 비워둔 채 죽을 때까지 자신이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초 북한의 체제보안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인민보안대학을 ‘김정일인민보안대학’으로 개명하도록 지시했다.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처럼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해당 기관 명칭에 포함하는 것은 최고의 신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정일 위원장 모두 권력을 부자 세습했다는 점에서 김일성 주석보다 정통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공안통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공안통치 강화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권력 개편기를 맞아 최고지도자 개인에 대한 충성과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고 내부적인 이완 요소를 단속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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