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의 향배는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문용린 후보가 당선되면서 서울 교육의 향배는 크게 달라지게 됐다. ‘행복교육’을 표방하는 문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교육감 후보자 토론회에서 “곽노현식 무모한 정책으로 정치·이념에 찌든 서울 교육을 바꾸겠다.”고 밝혔다.문 후보는 20일 오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바로 교육감직 수행에 돌입한다. 임기는 2014년 6월 30일까지 약 1년 6개월이다. 서울 지역 교원 7만 4000여명의 인사권과 한 해 7조 60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문 후보가 취임 직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핵심 공약은 ‘서울교육의 정상화’다. 문 후보는 선거에 앞서 “지난 20년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뒤흔들어 놓은 교육을 정상화하고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학생인권조례 등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혁신학교 61곳에 대해 성과를 봐가면서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학생과 교사를 싸움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중학교 1학년 중간·기말고사 폐지는 단계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선거기간 중 “다양한 체험을 통해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위해 단계적으로 중학교 1학년 시험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이 밖에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온 종일 돌봄학교를 운영하고 만 3~5세 100% 무상교육과 고교 의무 무상교육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정책 구상을 펼치기 전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다. 시교육청은 현재 2013년도 예산 7조 3689억원을 편성하고 시의회의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2013년도 시교육청 예산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예산을 국비로 지원할 것을 요구하며 선거 이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로 다가온 교육 일반직 정기 인사와 3월 교원 인사, 곽 전 교육감 시절 ‘코드인사’ 논란이 일었던 감사관 등 개방형 공모직 인사에도 관심이 높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와 교육감 권한의 한계상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내년도 예산과 사업의 윤곽이 나와 있어 신임 교육감 운신의 폭이 좁고, 고교 무상 의무교육 등은 교육감 권한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임기가 1년 6개월밖에 안 되는 만큼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 정착시키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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