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엔 북한군 입장 발표 없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북한군(軍)이 발표하는 공식 성명이나 담화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눈길을 끈다.1990년 이후 김정일 시대 북한군의 공식 입장 발표는 ‘준전시상태’ 선포(1993.3), ‘5027 작전계획’에 대한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1998.12),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총참모부 특별보도(1999.9)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반면 연합뉴스의 분석결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북한군은 20여 차례의 공식 성명과 보도 등을 발표하며 대내외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009년 1월을 시작으로 총참모부 명의의 입장은 ‘대변인 성명’과 ‘중대보도’, ‘중대통고문’, ‘중대포고’, ‘공개통첩장’ 등 다양한 형식으로 8차례나 발표됐으며, ‘최고사령부 보도’라는 형식의 북한군 발표도 7차례 이뤄졌다.
특히 북한은 2011년부터 매년 1∼2회 북한군 발표 중 가장 권위 있는 형태인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 통고(2012.4)와 총참모부 대변인 대답, 판문점대표부 성명 등 김정은 제1위원장 등장 이후 확인된 북한군의 공식입장 발표는 20회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군의 입장 발표가 급속히 많아진 것과 함께 이 기간 북한의 실제적인 도발 강도도 높아졌다.
북한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장거리로켓을 3회 쏘아 올리고 핵실험을 2차례 진행했으며 서해에서는 대청해전(2009.11), 천안함 폭침(2010.3), 연평도 포격(2010.11) 등 대형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김 제1위원장이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노동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김 제1위원장이 통치력 강화를 위해 군부를 내세워 정세를 긴장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노동당 강화, 경제 개선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군부를 내세워 대내외적으로 정세를 긴장시킴으로써 내부 결속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위협 발언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 원칙론’을 고수해 남북관계가 냉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부터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 2008년까지는 북한군의 공식 입장 발표가 한 번도 없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부는 2009년 1월 17일 10년 만에 발표한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신년 국정연설을 비난하며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지도자(김정은) 변수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변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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