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비주류 무공천론 우세…시간 두고 安과 교감 거쳐 결정할 듯
민주통합당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무공천론이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민주당은 4·24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공천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당내 중진의원들과 비주류를 중심으로 무공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는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중진들의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의원들로 구성된 쇄신모임도 14일 조찬 회동에서 노원병 무공천이 필요하다는 다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다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손학규 상임고문 계열의 의원 10여명은 지난 11일 대선 이후 첫 회동에서 향후 모임을 자주 갖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원병 공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진 않았지만 손 고문과 안 전 교수의 연대설이 제기된 것을 감안하면 무공천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문 비대위원장이 15일 개최한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는 노원병 공천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처음에는 공천과 무공천 입장이 절반 정도였지만 다수가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정리하는 선에서 끝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참석자는 “의견이 반반씩 나뉘었지만 따로 다수 의견을 모은 것은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서 노원병 무공천론이 확산되는 것은 대선 때 안 전 교수의 도움에 대한 보답이 필요하다는 이유 외에도 노원병에 민주당 후보를 낼 경우 선거에 이기든, 지든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후보를 냈다가 안 전 교수가 떨어지면 민주당이 민망한 상황이 된다”며 “안 전 교수가 당선되면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외통수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안철수 신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와중에 노원병 선거에서 안 전 교수와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면 향후 연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민주당과의 연대나 협력은 물론 단일화 문제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민주당이 무공천 카드를 꺼내 들긴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 전 교수와 연대나 단일화에 대한 일정한 교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원병이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데다 진보정의당이 독자 후보를 내고 완주를 공언해 대선 때 또 다른 협력 파트너인 진보정의당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노원병 공천 문제는 일단 공천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되 서둘러 결정하는 대신 당내 분위기와 안 전 교수와의 교감 정도를 보면서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홍근 비대위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 “대선 때 연대의 정신이 유효하고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안 전 교수가 끝까지 연대 자체를 부정하고 불편하다고 선언한다면 우리도 우리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PBC 라디오에서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최소한 연대연합의 길을 열어야지 자꾸 ‘단일화하지 않는다’,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면 분열의 씨앗이 된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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