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서 승승장구…경제분야 자율적 조치 확대 개연성
북한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박봉주라는 인물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당 정치국 위원에 유일하게 보선됐다.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밤 당중앙위 전원회의 개최를 보도하며 박봉주를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에 보선하고 강원도당 책임비서였던 백계룡을 당 경공업 부장에 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봉주는 그동안 북한 경제개혁에서 상징적 인물로 통했다. 그는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으로 임금 및 물가 현실화,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등을담은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주도했고 2003년 9월에는 내각 총리에 올랐다.
그후 새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 및 군부와 마찰을 빚었고 2007년 4월에는 총리직에서 해임된 뒤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북한 경제정책에 보수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빛을 보지 못하던 박봉주는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다시 중앙권력 무대에 전격 복귀했다.
그는 2010년 8월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권한 데 이어 작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당시 김경희 당 비서에 이어 경공업 부장을 맡아 경공업 분야를 총괄해왔다.
박봉주는 화학공업상으로 일하던 2002년 북한의 경제시찰단에 포함돼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박봉주의 이력을 감안할 때 그가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은 북한이 경제발전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의 위상이 강화된 김정은 정권에서 정치국은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고 정치국 위원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희·김기남·최태복·박도춘 당 비서 등 10여명에 불과하다.
박봉주가 정치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주공전선으로 내세운 농업과 경공업에 관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경제정책에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지식경제 전환과 대외무역의 다각화를 강조하고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 식의 우월한 경제관리방법을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원회의가 ‘경제지도의 근본적 개선’을 언급한 것은 중앙에 집중된 계획경제 체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통신은 또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는 조치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에 위임했다고 언급, ‘경제 사령탑’으로서 내각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화학공업상과 총리 등으로 내각에서 잔뼈가 굵은 박봉주가 앞으로 내각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데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2년차인 올해 경공업과 농업 정책의 성과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0년 만에 열린 경공업 대회에 참석해 경공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달 18일 북한이 농업과학원의 주도로 농업의 토지 생산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토지 조사 및 분석사업이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박봉주가 정치국 위원까지 오른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한 북한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박봉주가 농업과 경공업에서 경제 주체들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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